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바쁜 5월이 지나고 있다.

(너 참 예쁘다.)

올해도 우리집에 살고 있는 레드호야가 꽃대를 16개나 올리고 있는데

혼자보기 아까워 젤 예쁘게 핀 아이 증명사진을 찍어 주었다.

바쁘게 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름답고 싱그러운 5월이 벌써 중순을 지나가고 있네.

 

(너는 넓은 땅 놔두고 왜 이런 척박한 곳에서 꽃을 피우니.. 학원 가는길에 만난 아이.)

3주째 부모님 병원문제 때문에 시골에 갔다 왔다.

그렇게 올곧으시던 아버지께서 갑자기 정신적으로 많은 변화가 오셔서

치매 검사를 하고 일주일 후에는 Mri를 찍고 그 다음주에는 치매약 부작용 여부에

따라 약을 바꾸고 보건소에 가서 여러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일들을 했다.

엄마는 허리가 불편하셔서 다음주에는 재가 써비스를 신청해서 또 내려가야 한다. 

 

(샘아.. 너의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해보렴. 너의 앞날은 빛날거야.)

지난주에는 둘째가 새로운 인생 목표를 위해 독일로 떠났다.

공항에 내려주고 집에 돌아와 그 녀석이 없는 빈방을 열어보고 싶지가 않았다.

아이들이 집을 떠날때마다 빈방을 바라보는건 힘들다.

세놈들 군대 보낼때마다 느꼈던 감정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날 우울하게 만들었다.

공항에서 돌아와 평소에 자지 않던 낮잠을 세시간이나 자고 일어났다.

다 큰 녀석을 보내놓고 왜그리 불안한건지 ㅜㅜ

13시간을 날아가서 기차를 두번씩 갈아타고 간다면서 

환승역에서 3시간 텀이 있다고 시내 구경도 하고..

그 녀석은 마치 한국에서 돌아다니는것 처럼 여유있게 사진을 찍고

그 독일스런 풍경들을 가족톡방에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해서는 짐 정리를 하고 마트에 가서 장까지 봐다 놓고 영상통화를 했다.

난 이렇게 아이들 키우며 늘 앞일을 미리 걱정하는 버릇이 있다.

여유롭게 찾아 다니는 그 녀석을 지켜 보면서 서서히 불안함도 사라지고

이제서야 마음이 안정이 된거 같다.

 

 

(둘째가 독일 가기전 반달크림과 함께 사들고 들어온 꽃다발이다.)

어버이날은 큰애가 하영이(예비 며느리) 부모님과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다.

중요한 자리에 나가려고 하면 왜케 입을 옷이 없는 것인지..

옷장에 옷은 가득한데 아무리 봐도 마땅한게 없는거다.

몇군데를 돌아다니다가 봄에 어울리는 자켓을 사고 대충 모자쓰고 다니던 머리도

단정하게 신경쓰고 나갔다.

지난번 상견례때 예단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는데 하영이 어머님께서

두툼한 봉투를 준비해 와서 내놓으시길레 절대 사양한다고 돌려 드렸다.

귀하게 키운 딸을 내 아들에게 시집보내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하영이 어머니께선 그냥 보내기가 뭔가 신경이 쓰이셨던거 같다.

난 반듯하게 키워서 아들에게 보내는 두분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고 그런 풍습은

사라져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매년 요맘때가 되면 학원 아이들이 이런 달달한걸 가져다 준다. 우리 부부는 이런걸 잘 안먹고 세놈들이 없으니 처치고민 )

지난번에 강남에 있는 한복집을 갔는데 거기 직원들이 내가 하영이 엄마인줄

알았다고 하길레 그냥 웃어 넘겼다. 

그런데 이번에 두 녀석이 결혼전 친가와 외가에 인사를 하러 다녔는데

식구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듯 하영이가 날 닮았다고 했다.

모바일을 받은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날 닮았다고 하는데 큰눈 때문일까?

한복집에서 그냥 하는 소린줄 알았는데  

하영이 어머니가 들으면 기분이 나쁘실지도 ㅎ

 

큰애 결혼을 앞두고 주변에서는 시원섭섭하겠다고 하는데

글쎄.. 좋은 짝을 만났으니 섭섭함 보다는 시원함이 크다는게 맞겠다.

남편이 축사를 읽는다고 글을 썼는데 그 내용중에 아들에게

"엄마의 과한 교육 철학으로 너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반듯하게 자라주어 고맙다."

는 내용이 있었다. 아이들 키울때 내가 좀 과하긴 했지..ㅋ

 

이제 우리 큰 아들은 내 아들이 아니고 하영이의 남편이다.

두 녀석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랑스럽고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난 곧 시어머니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