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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며칠동안 푹푹 찌더니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쏟아진다.
습하긴 하지만 에어컨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고 빗소리도 정겹게 들린다.
지난주 내 생일이 지나갔는데 친구가 '선물하기'로 이걸 보내주어서 남편이랑 여주에 갔다가
스타벅스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내며 감사인사를 했다.

 

우리 막내가 휴가나와서 끓여준 미역국이다.
레시피를 검색해서 끓였다는데 제법 먹을만해서 오버하며 칭찬을 해 줬다.
서울동생이 결혼해서 지금까지 28년동안 시어머니가 생일날마다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생일상을 차려 준다기에 그 말을 겔이에게 했더니 신경쓰였는지 이제부터 매년 엄마 생일에
자기가 미역국을 끓여 주겠다고 했다.ㅋ

내 음력 생일은 아버님 연도와 같은날이라 시집와서 미역국을 먹은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덕분에 시댁 식구들이 내 생일을 잊어버리지는 못한다.

 

몇일전 우리 막내가 또 국방tv에 등장을 했다.
이 엄청난 더위에 저렇게 눈만 내놓고 싸매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했다.
그것도 앞뒤로 40kg정도 짐을 짊어지고 세상에~ (통신병이라 두배로 지고 다닌다고)
이제 병장이 되었는데 우리는 겔이 면회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외출 외박도 한번도 못했다고.
코로나도 그렇지만 군차량만 올라가는 곳에 살고 있으니 제대할때까지 면회를 가지 못할거 같다.
부대에서의 생활이 속속들이 다 나오고 있었는데
매복작전을 나가기 전 연습하는것 총기관리하는것 작전을 나가는 것까지
겔이의 군생활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무장지대가 청정구역이라는걸 실감할 수 있는건 반딧불이가 엄청 많다고 한다.
밤에 깜깜한 곳을 걸어갈때 많은 반딧불이들을 볼수 있고 밤하늘에 별들도 빼곡하다니
우리가 어릴적 보던 풍경이 그곳 비무장지대에 남아있다는 거다.
화면에 나오는 녀석들 보며~
멋지다 & 얼마나 힘들까 & 젊음이 좋킨 좋쿠나... 했다.

 

큰애가 결혼하고 두달이 되어 가는데 하영이(며느리)가 우리 가족이 됐다는 느낌이 안들었다.
출근하느라 바쁘니 가끔 전화하고 톡으로 안부를 묻곤 하는게 전부였으니..
그러던중 하영이가 방학이라며 나와 둘이서 만나 밥을 먹고 쇼핑도 하고 싶다고 전화를 했다.
바쁜 시간에 전화를 받아서 나중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고 하루종일 고민을 했다.
남편과 아들과 같이 밥을 먹는건 괜찮지만 둘이서는 왠지 어색할거 같아서 고민고민을 하다가
오후 9시가 넘어서 깜빡하고 이제 생각났다고 핑게를 대며 만나자고 톡을 보냈다.
지금 내 나이가 몇인데 이렇게 주변머리가 없는건지ㅜㅜ
어린 하영이가 나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음날 큰애한테~
"엄마 하영이가 엄마에게 다가가려고 큰 용기를 낸 거예요. 재밌게 시간보내고 오세요."
라는 톡이 왔다.
그래서 "엄마도 노력하고 있는거 안보이니? " 라고 보냈다. ㅋ
내가 먼저 어른답게 행동해야 하는데 어린 하영이에게 용기를 내도록 한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가 신혼때 시어머니와 겪은 일들이 생각나서 하영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지나치게 배려를 하다보니 너무 선을 그었던건 아닌가 싶다.
며느리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마인드가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아이였다. 평상시엔 별로 말이 많지 않은 내가 필요이상의 말을
했는데 그러면서 우리 사이에 그어져 있는 벽이 차츰 없어지는걸 느꼈다.
예쁜 원피스를 사주려고 백화점에서 만났는데 한사코 사양을 해서 결국 밥먹고 차 마시고
학원에 들려 하영이에게 보여주고 또 남편이 있는 학원도 들르고 그렇게 둘이서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색했던 시어머니 며느리 관계가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큰애가 사춘기때 ''저는 엄마와 전혀 반대되는 사람과 결혼할 거예요.'' 라고 말한적이 있다.
그 녀석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나와 자주 부딪치던 시기였다.
그런데 하영이와 대화를 해 보니 나와 닮은 부분이 많다.
결국 그 녀석은 엄마와 비슷한 여자를 아내로 선택하여 살고 있는거다.

자기 자신에게 예의를 다하며 열심히 사는 하영이..
애교도 부릴줄 모르고 아양떠는 성격이 아닌 나와 똑같은 아이가 내 며느리가 되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냥 통할꺼 같은 그런 아이여서 참 감사하다.

언제였던가? 세 녀석들이 식탁앞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얘들이 내가 낳은 애들이란 말이지.' 하며 실감이 안났던 적이 있었다.
근데 요즘 문득문득 내가 시어머니가 됐다는 사실이
내게 며느리가 생겼다는 사실이 굉장히 생소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지금 나는 나이에 맞는 사고를 하지 못하고 한참 전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때가 오겠지?

그나저나 새벽까지 비는 멈출생각을 안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