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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오전에 주절주절..



결이가 설 지나고 세뱃돈으로 사들고 들어온거다.

옆에가서 자세히 봤더니 세상에~

손톱만한 조각들을 니퍼로 일일이 다듬어서 조립하는거였다.

다리만 완성시키고 다시 독서실로 갔다.

그 이후로 시간날때마다 조금씩 만들고 있는거 같다.


큰 녀석은 세뱃돈으로 '시골밥상'이란 곳에서

가족들에게 한턱 쏘더니 나머지는 은행에 넣었다고 했다.

둘째는 나가더니 23만원을 쓰고 들어왔다.

 사고 싶었던 한권에 오만원 넘는 오페라 서적을 세권사고

모자를 7만원이나 주고 샀다나? ㅜㅜ

큰 녀석은 모든일을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고민하고 결정하고 계획된 지출을 한다.

앞으로 자기 인생은 걱정하지 말라는데..

철없는 자신감이긴 하지만 말이라도 고맙다.


그런데 둘째의 경제관념을 보면 참 깝깝하다.

형 동생에 비해 정말 생각없이 돈을 쓴다.

 책상위에 백원짜리 동전이 쌓여도 돈으로 여기지 않고 굴러다닌다.

결이는 보기만 하면 주워다가 자기 책상앞에 모아둔다.

그리고는 50개 모이면 5천원짜리 지폐로 바꾸어 달라며 가지고 나온다.

이런 두 녀석을 지켜보다가 어제는 ~

"샘아.. 너는 백원이 열개 모이면 천원이 된다는걸 모르지?" 했다.

"네.. 저는 그건 몰라요.ㅋ 단지 오백원이 두개면 천원이 된다는건 알지요.ㅋㅋ"

그래서 오백원짜리가 보이면 얼른 지갑속에 챙긴다고 하면서..


요즘 결이가 독서실에서 나와 친구들과 수다 떠는 시간

밥먹는 시간등등이 내 폰에 뜨면서 한결이의 동선이 집에서도 다 보인다.

(독서실 출입때.. 체크카드 사용할때 문자로 찍힘)

아침에 식탁앞에서 친구들과 수다떠는 시간을 좀 줄이라고 잔소리 했더니

남편이 옆에서 거들면서 잔소리가 길어졌다.

니가 갈 대학은 엄마아빠가 도와줄수 있는게 아니고

결국 너 자신이 노력해 정해지는 거라면서

지금부터 일년 반동안 죽었다 생각하고 하라고..

대학은 너의 인생에 평생 따라다니는 족쇄가 될 수 있다며..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지 말고 정신차리라고..ㅜㅜ


 난 결이를 믿는 쪽인데 남편은 잔소리를 시작하면 좀 심하게 길어진다.

결이가 3류대학을 가게 되더라도 결이 인생이 걱정이 안된다며

성격좋고 대인관계 좋아서 잘 살거라고 했더니..

옆에서 버럭 화를 내면서 "엄마가 그렇게 교육시키니까 심각하게 받아들이질 않지." 했다.

난 속으로~ '에휴  아침부터 아빠 설교 듣기 싫겠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독서실 간다며 가방 메고 나오더니 아빠에게..

"아빠.. 앞으로도 제가 정신 못차리고 있으면 종종 잔소리 부탁드려요." 했다.

예민한 사춘기에 반발할수도 있을텐데..

그러고 나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어찌나 이쁘던지..ㅎ


며칠전 학원가 은행에 갈 일이 있어 막내와 같이 걸어가면서..

어디선가 읽은 글이 생각나서..

"결아.. 새는 몸이 가벼워서 높이 날을꺼 같지?

사실은 수천번 날개짓을 연습해서 그렇게 높이 잘 날을 수 있는거래.

 치타는 다리가 길어서 잘 달릴꺼 같지? 사실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해서

그렇게 잘 달릴 수 있는거래.." 했더니..

"엄마가 하려는 말씀이 뭔지 알겠어요." 하면서 고개를 끄덕 거렸다.

샘이에게 똑같은 말을 했더니..

그냥 폰을 들여다 보면서.."네네.." 하고 흘려 들었다.

샘이는 좀 컸다고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자기 고집이 있다.

결이는 듣고 다음날 잊어버릴지라도 그 순간은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나와도 꼭 성공한 인생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좋은 대학 못가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있게 살아가는 결이 인생이

훨씬 행복한 삶을 살꺼란게 내 생각이다.


큰애가 어제는 아빠가 요즘 마음이 편해 보인다고 했다.

자기가 학원 출근하면서부터 아빠가 자기를 믿고 있는게 느껴진다면서

 아들이 있으니 믿고 골프 연습도 가고 출근시간도 늦어지고..

그런 아빠를 바라보는 저도 좋다고 했다.

요즘 아빠가 전같지 않고 많이 나이들어 보인다면서..


그런데 오늘은 출근하면서 아빠에 대해 불만을 얘기했다.

모든일에 너무 조심스럽고 구세대적인 발상이라면서 자기와 안맞는 부분이 있다고..

아이들과 게임을 할때도 아빠는 안전한 게임만 고집하고

저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흥미있는것을 선택하고..

아무래도 젊기때문에 아들이 아이들의 입장을 훨씬 잘 이해하겠지만

네 입장과 아빠 입장은 다르다며

아빠의 경험상 아이들이 다치는걸 자주 봐 왔기 때문일거라고..

지금껏 안전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학원 유지가 잘 됐을거란 생각은 안해봤냐고 했더니..

그런 아빠를 이해하긴 하지만 자기와 생각이 다른 부분을 엄마한테 푸념했을뿐이라고 하며

 아빠도 젊었을때는 자기와 같았을거고 지금은 나이들었기에 다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세대가 바꼈으니 아빠가 아들의 의견을 듣고

양보도 하고 고집을 버렸으면 하는 바램인거 같았다.


아들이 학원에 출근하면서 다른 사범들과 확실하게 다른건 주인의식이다.

한명한명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가 느껴진다.

아빠의 구세대적인 방식과 아들의 젊은사고가 충돌이

생기지 않고 적절히 조합된다면 성공일꺼 같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