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둘째가 수능볼때 사용했던 보온도시락..
결이 수능날을 기다리고만 있었는데..
요즘 이 도시락을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
학원에서 저녁을 사먹던 남편이 더이상 사먹는 밥을 못 먹겠다고 버텨서..
세놈들이 급식을 먹어서 도시락을 싸 본적이 없는데..
처음이라 나름 재밌다.ㅋ
한결이가 학교가기 전~
"엄마 저는 아무래도 친화력이 짱인거 같아요."
"왜?"
"친한 친구가 전교1등 친구도 있고 전교 꼴찌도 있어요.
1등급부터 9등급까지 아주 다양하죠." 했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상대도 안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한결이는 누구나와 마음을 트고 사는것 같다.
전교 꼴찌인 친구는 엄마가 의료사고를 당해 아빠가 몇년동안 시위하느라
사업을 접었다가 이제서야 다시 재기하고 있다며
그 친구는 공부를 못해도 확실한 꿈이 있다고 했다.
요리를 너무 잘해서 요리사가 꿈이라나..
과학대회가 앞으로 세개나 있는데 말을 잘해야 하는 친구와,
조립을 잘해야 하는 친구와, 과학상식이 풍부한 친구를 섭외해야 하는데
다양한 대인관계로 인해 저는 이미 세명을 다 포섭를 해 놓았다며...
교과보다 비교과에 더 열을 올리는거 같아 좀 신경쓰이지만
이것도 한결이의 가진 능력이니 예쁘게 봐 주기로 했다.
요즘 우리 학원 아랫층 세탁소집 딸래미가
남편과 나의 화제거리에 자주 등장한다.
서울에서 간호학과를 다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대학병원에 수석으로 합격했다고 세탁소 아저씨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좋아해서 우리도 우리자식일인것마냥 덩달아 행복 했었다.
그런데 출근하기 시작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선배가 너무 괴롭힌다고 아이가 힘들어 한다며 부모도 같이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달도 안되어 사표를 집어 던지고
오겠다며 출근했다고 했다.
그렇게 원하던 대학병원.. 그것도 수석으로 들어가서..
남편이랑 난 첫 직장에서 버티지 못하면 어딜가도 견디기
힘들꺼라며 같이 걱정을 했다.
무남독녀로 자라서 알바한번 안해보고 힘든경험을 전혀 해보지
않았고 부모가 어려움없이 다 충족시키며 키웠으니
사회 생활이 쉽지 않을꺼라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한달을 버티지 못하고 그렇게 난리칠줄이야..
부모는 세달만 비텨봐라 딸래미는 단 하루도 못버티겠다..
결국 사표를 집어던지고 왔다고 했다.
그 이후 병원측에서 수석으로 들어간 아이니까 한번 기회를
더 주겠다며 다른과로 옮겨주겠다고 했고
거기서도 버티지 못하면 그만두라고 했다나?
그런데 옮긴곳에서도 괴롭히는 선배가 있다며 또 그만 두겠다고해서
결국 아빠가 첨으로 크게 화를 냈다고 했다.
어제는 세탁소 아줌마가 떡을 해서 그 병동에 간호사들에게 갖다
주면서 딸래미를 잘 봐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왔다니..ㅜㅜ
한달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는 세탁소 부부를 보면서
딸래미가 마음을 다잡고 잘 버텨주길 바랬다.
자식이 하나여서일까? 전전긍긍하는 그 부부를 보니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제는 그 부부가..
"관장님은 딸도 아니고 아들 셋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했다는거다. 우리는 그말에 그냥 웃었다..ㅎ
사실 우리는 남들이 생각하는것처럼 그렇게 힘들게 키우지 않았다.
위에 두 녀석이 키가 잘 안자라준거 외에는 별 고민이 없었다.
고지식할 정도로 반듯하고 어디가서 사고한번 안치고..
오히려 기대이상으로 자기절제가 되는 녀석들로 잘 자라주었다.
큰녀석은 요즘 학교에서 오전수업만 하고 오후에 학원 출근하는데
아이들과 수업하는거 보면 활기가 넘치고 카리스마가 장난아니다.
남편이 겉으로 내색 안하지만 엄청 인정하는 눈치다.ㅋ
둘째도 무슨일이든 열심히 하고 있다.
난 알바를 하는 이유가 돈을 버는것도 중요하지만
힘든 사회를 경험해 보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부관장에게 잔소리를 듣고 학부모에게 싫은 소리도 듣고
아이들 데려오다가 사고도 날뻔 하고..
사무실에서 카드긁는것도 배우고..
아이들 가르치며 통제하는 방법도 터득하는거 같다.
오전에 레슨있는날은 점심먹을 시간도 없고
오후에 피아노수업 있는날은 9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온다.
이렇게 힘든 경험들이 샘이 인생에 소중한 자산이 될꺼라 믿는다.
귀한 자식일수록 힘든경험을 시켜야 맞다고 본다.
샘이는 선거날 오전에 선거도우미를 하겠다고
새벽5시반부터 오전12시까지 5만 2천원을 받고 하기로 했다.
올해 첫 선거권을 가진 한샘이가 그 알바를 통해 선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큰 공부가 될꺼 같다.
5만원을 내가 그냥 줄수도 있지만 그런일을 해 보면서
얻어지는 가치가 클꺼 같아서 열심히 하라고 했다.
다양한 경험을 해 봐야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때
실패가 두렵지 않을꺼란 생각이다.
왜냐면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고 계속 도전하며 살아야 할테니까..
세탁소집은 자식이 하나이다보니 귀하게만 키워서
아이가 사회생활 적응하는데 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자식이 하나라서 더 올인하다보니 힘든거고..
우리는 셋이나 되어서 좀 집착이 덜한 것의 차이일라나?
암튼 반듯하게 자라준 세놈들이 참 감사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