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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어버이날이 지나갔다.

큰애가 7일날 미리 준비한 선물을 가지고 나와서

아빠에겐 관절에 좋은것을 엄마에겐 장에 좋은것을 준비했다며 주고 들어갔다.

돈을 엄청 아껴쓰는 녀석이 많이 신경쓰고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장남이라 그런지 이런날 이벤트도 잘하고 꼼꼼하게 챙겨서 참 고맙다.


그런데 샘이랑 결이는 일요일인 8일 아침인데도 꽃다발 하나 없었다.

그래서 엄마가 나중에 커서라도 이런날 모른척 신경 안쓰고 지나갈까봐

교육적 차원에서 얘기하는거라며 선물은 미리 형처럼 준비하라고 잔소리 했다.

그리고는 "어버이날인지 생각도 못했지?" 했다.


그런데 한샘이가 연습실에 나가더니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의 '어버이날인지 생각도 못했지?' 라는 말이 억울하다며 자기는

며칠전부터 생각했고 8일 저녁에 깜짝 선물을 하려고 했다며..

엄마의 그 한마디가 너무 속상했다고 했다.

그리고 담부터는 꼭 전날 준비해서 드리겠다며..ㅋ

그런데 결이랑 같이 돈을 모아서 선물을 준비하려고 했는지

동생에게 가서 체크카드(엄마꺼)를 달라고 해서 3만원을 뽑았는지 폰에 문자가 떴다.

결이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학원에 있느라 신경도 못쓰는거 같고..

두 녀석의 행동을 보니 왠지 화가 났다.

샘이가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당일날 그러는것도 답답하고 

용돈을 다쓰고 엄마 체크카드를  형에게 준 결이도 한심하고..ㅜㅜ


사실 난 거창한 물질적인 선물이 전혀 달갑지 않다.

그냥 작은 꽃다발이나 케잌.. 아니면 마음이 담긴 편지였으면 무지 감동했을거다.

큰녀석은 월급을 받으니까 당연히 선물을 준비해도 되지만 두 녀석은 아직 배우는 학생인데

무슨 거창한 선물을 할까 고민을 하는게 올해는 왠지 심기가 불편했다. 

작년 어버이날만해도 이 녀석들이 뭘하든 아무 관심도 기대도 없었다.

그런 내 행동을 돌아보며 '내가 나이가 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ㅋ

화나는 마음을 최대한 가다듬고 샘이에게

아무렇지도 않은듯 문자를 보냈다.


"샘아.. 엄마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엄마는 널 꾸짖은게 아니라 교육적인 차원에서 얘기한거야.

그리고 네가 세놈들중 가장 착한 아들이란거 알고 있어.

항상 엄마 심부름은 니가 도맡아 하고 있잖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라고 써 보냈다.


 나갔다 들어와 보니 엄마의 화장품과 아빠의 골프장갑을 사서 식탁위에 갖다 놓았다.

엎드려 절받기 한거 같아서 전혀 고맙지 않았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안하면

나중에 또 신경안써도 되나보다 생각할꺼 같아서~ㅋ

"선물 고맙다. 잘쓸께." 했다.


결이는 학원에서 밤늦게 들어와서 애교를 부리며..

"엄마 저의 어버이날 선물은 6월 2일에 드릴께요. 기대하세요." 했다.

"그날 왜?" 했더니 그날 모의고사인데 셤을 잘봐서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리겠다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기대를 하라는거였다.

선물하나 없어도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리는 방법을 결이는 알고 있었다.

그 말 한마디에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ㅋ


아침일찍 산에 오르며 남편이 시골계신 엄마께 전화를 했다.

남편은 어버이날마다 전화를 해서 똑같은 말을 한다.

"어머니~ 딸을 예쁘게 키워서 제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년 똑같은 인사를 하는데 난 그 말을 들을때마다 속으로 감동을 한다.

그런데 언젠가 엄마가 사위들마다 전화내용이 특징이 있는데 상진아빠는 늘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엄마도 어떤좋은 선물보다  마음담긴 한마디에 감동을 받으시는거 같았다.

우리집 녀석들도 그걸 알아야 할텐데..

난 샘이가 빠듯한 알바비로 선물을 준비하지 말고

이렇게 말해 주면 정말 행복했을꺼 같다.


"엄마.. 저희들 키우느라 힘드시죠?

제가 이담에 커서 엄마아빠한테 잘 할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