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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엔 원없이 단풍구경하며 지나간다.

 

 

지난 9월말부터 지리산 둘레길 걷기를 시작했다.

두 형님들과 같이 걷기 때문에 세사람이 시간이 맞아야 하니 한달에 두번정도밖에 시간이 나지 않았다.

토요일 새벽에 남부터미널에서 출발~ 다음날 까지 1박 2일로 걷는 일정이다.

처음엔 새벽부터 출발해서 12시 넘어 걷기 시작할텐데 힘들어서 과연 가능할까? 했는데

하루에 5~6시간 정도씩 평균 15km쯤 걷는일이 가능했다.

 

 

특히 1박을 해야하기 때문에 가방이 무거워서 견딜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걷다보니 무거운 가방에도 익숙해져 갔다. 서울둘레길 걸을때는 가벼운 가방을 메고 걷는것도

어깨가 너무 아파서 힘들었는데 그 상황에 맞게 견딜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걸 알게됐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마을마다 큰 정자나무가 그 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수형이 멋진 소나무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여기는 등구재 올라가기전 한 전원주택 마당에서 찍었다.

저 앞에 보이는 풍경이 우리가 지나온 길이다. 마을과 산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

이날은 서울서 내려가서 12시 30분 부터 걷기 시작해 20km를 넘게 걸었는데

등구재를 넘어가니 어두컴컴해 졌다. 예약한 민박까지 걸어가는데 후레쉬를 켜고 걸어야 했다.

여자 셋이서 걷다보니 무섭기도 했지만 지나고보니 잊지못할 추억이 되었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닐수 없기 때문에 사진은 모두 폰 사진이다.

한 코스를 다 걷고 마을로 내려오는 길~ 수채화같은 이 풍경이 어찌나 이쁘던지..

폰 사진으로 그 느낌을 남기기엔 너무 부족하다.

 

 비가 많이 오고나서 찾았던 지리산 둘레길~

동강줄기를 따라 계속 걸었는데 하루종일 시원한 물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며 걸었다.

등산화를 벗고 발을 담그기도 했는데 지칠대로 지친 상황에서 발을 담그면

피곤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고 최고의 행복을 맛보는 순간이 된다.

 

 마을마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정자나무가 있다.

폰 화면에 다 담기도 힘들만큼 커다란 나무가 마을마다 한그루씩 자리하고 있다.

 

 지나는 곳마다 구절초가 얼마나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지..

그 청초함에 매번 감탄을 하며 지나가고~

 

 어느마을이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가로수가 석류나무였다.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에 이렇게 석류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그 석류나무 길을 지나서 산으로 한참을 올라가니 여기가 선녀탕~

발을 담그고 한참을 놀았다. 어떤 상식없는 부부가 이곳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있어서

좀 안좋은 기억이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상류까지 올라와서 라면을 끓여먹고 있는건 좀..ㅜㅜ

 

 이렇게 힘차게 흘러가는 강 줄기가 있는 아랫지방의 환경이 너무 부러웠다.

 

선녀탕에서 내려오면서 주운 밤이다.

밤나무가 너무 많아서 줍다줍다 그냥 두고 와야 했다.

너무 무거워서 가져오기도 힘들고~ㅜㅜ

그 동네 사람들은 밤 가격이 너무 싸서 줍지 않는다며 둘레길 걷는 사람들이 주워가도 상관없다고 했다.

 

 진주터미널에 갔다가 진주 남강유등축제를 보게 되었다.

 

 차 시간이 한참 남아 있어서 간김에 축제장을 둘러보았는데 시끄러운 분위기가 너무 정신없어서

조용한 카페를 찾아가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젊은친구들이 연인과 함께 가서 즐길만한 축제장이었다.

신나는 음악과 흥겨운 분위기에 들뜬 기분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이는 음~

소음으로 들리고 빨리 벗어나고 싶다.

 

 11월 첫주에 갔던 이곳은 웅석봉 올라가는 길~ 경사가 장난 아니었다.

너무 힘든 코스였는데 주변 단풍이 너무 예뻐서 힘든 코스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이곳은 단풍이 절정이었는데 이 산을 지나 다른 동네로 들어서자

온통 초록빛이었다. 지리산은 가는곳마다 느낌이 다르다.

 

 저녁이 되어 도착한 민박집 '흙속에 바람속에'~

갈때마다 민박집에서 머물게 되는데 이곳은 잊지못할 민박집이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주인여자분의 감각이 나와 너무 비슷하다고 해야하나?ㅎ

방안에 공업용 미싱이 있는걸 보고 보통 솜씨쟁이가 아니구나 했다.

방안에서 창문으로 내다본 바깥풍경.. 앞에 보이는 곳이 청계저수지이다.

창문이 통창이다. 직접 만든 케텐을 찍지 못했는데 설명하기가 힘들다.

정말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커텐이었다. 

천연염색을 한 천에 밑단에 각목을 넣어 내려뜨릴 수 있도록

했고 반쯤 접어 올렸을때 중간에서 사랑스럽게 달랑거리던 모빌(?)~

내 머릿속에 저장하고 왔다.ㅋ

 

 와~ 이런 놀라운 감각과 여유~ㅎ

민박 손님을 위해 감잎을 따다가 식탁위에 올려두었고 주변의 꽃을 꺾어다가 장식을..

직접 수를 놓은 식탁보.. 어찌나 꼼꼼하시던지 반해버렸다.

 

 다음날 아침 밥상을 보고 우린 감동을 했다.

완전 대접받는 기분이랄까? 콩나물까지 손수 길러서 사용한다고 했다.

너무나 정갈하고 이쁜 그릇에 정성이 느껴졌던 밥상~

 

 우리 세 사람을 위해서 나눠놓은 이 명이나물~ ㅎㅎ 셋팅이 이뻐서 찍었다.

큰 형님이 10년 전에도 이 집에서 머물렀다는데 그때도 잊을수 없는 기억이 있었다면서

너무 지쳐서 이집에 들어갔더니 오미자차에 시원한 얼음을 띄워서 주시더라나?

그런데 그  오미자 차속에 들어있던 얼음에 아카시아 꽃을 한잎 넣어 얼렸더라며..

결코 잊을수 없는 감동이어서 지금까지도 생각난다고 하셨다.

큰형님 얘기를 들으며 그 장면이 상상이 되었다.

 

 

 

 다음날 아침~ 위에 방에서 내다본 창문사진을 바깥에서 찍었다.

매달린 두개의 솔방울이 멋스럽다.

 창문 한켠을 타고 올라간 넝쿨식물들은 주인분이 수형을 잡아주었을꺼 같다.

어쩜 이렇게 자연스럽고 멋스러운지.. 두 부부의 남다른 감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바깥 탁자에 놓인 풍경을 보고 이 특별함에 감탄감탄~~ㅎ

연보라꽃 쑥부쟁이와  빨갛게 물든 감잎을 돌로 고정시켜 놓았고

 주황색감과 초록호박을 빈티지한 바구니 속에 넣어 두었다.

 가을색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이런 쎈스있는 꾸밈이 너무 감각적이다.

 

 이쪽 동네는 감이 진짜 지천이다.

가면서 홍시를 계속 따 먹었다. 여기 사람들은 홍시는 거의 따서 다 길거리에 버린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감을 모두 사다먹는데 이곳은 너무 흔해서 길바닥에 버려진 감이 엄청많다.

 

큰 형님은 감을 너무 많이 먹어서 화장실 가기 힘들어 하시고 ㅎㅎ

 

 간식시간에도 주운 홍시 감은 꼭 등장...ㅎ

 

 지난주에 갔던 위태 하동호 구간도 단풍이 이쁘게 들었었다.

가을에 일부러 단풍구경 간적이 거의 없는데 올해는 지리산 둘레길 걸으며

원없이 단풍구경을 하게 되었다.

 

 이런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걷다보면 정말 매력있다. 성취감도 느끼게 되고..

맑은 공기와 물소리 바람소리..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

 

 여긴 Tv에 자주 나왔다는 정*이 민박이란 곳인데~

전망좋고 인심좋고 다 좋았지만.. 보일러가 제대로 안되서 정말 추웠던 ㅜㅜ

화장실도 따로 있어서 너무 불편했는데 샤워는 물론 머리도 감지 못했다.

 자다가 화장실 갈일이 생길까봐 물도 못마셨다. 지리산의 밤은 이미 겨울느낌인데

문을 열고 화장실까지 걸어가는일은 하고싶지 않았다.

아랫지방 사람들은 대부분 인심이 아주 좋고 친절한데 택시기사 분들도 내일처럼 신경써 주는게

참 고마웠다. 도시에서 계산적으로 사는 삶에 익숙해진 우리는 좀 살짝 부담스럽기도..ㅎ

 

 다음날 궁항에서 걷기 시작하는데 쑥부쟁이 한 무더기가 우릴 반긴다.

공기좋은 곳에 피어난 이 아이들은 냄새가 아주 향긋하다.

"얘들아!~ 만나서 반가워." 하며 지나간다.

집에 돌아오면 이 향기가 금방 그리워져 다시 떠나고 싶다.

 

 어느마을을 지나다가 본 우편함~ 흠!!

나중에 전원주택을 지어 살게되면 따라해 보기로 ㅋ

 

 한참을 걷다가 문득 돌아보면 이런 풍경이~

이런 자연경관을 보며 걷는다는게 너무 행복해서 가슴이 벅차다.

 

 이런 물줄기를 지나는곳마다 다슬기들이 보인다.

물이 아주 맑다는 증거.. 맑은 물처럼 순수하고 고운 사랑하는 두 형님들!~

 

 여기 하동쪽은 진짜 대나무 숲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대나무 숲을 지나다보면 공기가 아주 청량해서 기분이 절로 업되는 길이다.

 

 하동호를 지나는길에 불처럼 타오르던 단풍~

폰을 꺼내 찍지 않을수가 없었다.

 

 하동호를 지나면서 일본 유휴인 갔을때 본 긴린코 호수가 생각났다.

우리나라 관광객이라면 한번쯤 다 들린다는 그 곳..

긴린코 호수보다 하동호가 훨씬 아름답고 근사한 호수다.

 

 다시 청암마을?을 지나니 이런 징검다리가 있었다.

큰형님이 10년 전에 걸을때도 이 징검다리를 건넜다며 반가워했다.

10년전 걸은 길을 어찌그리 다 기억하시는지..ㅎ

 

 이곳은 봄에 벗꽃이 피면 정말 예쁠꺼 같다.

꽃필때 다시 와 보고 싶은 곳~

 

 얘는 이름이 뭘까?  씨앗 맺힌걸 따 왔는데..

(혹시 꽃이름 아시는분 댓글에 부탁드려요. ^^)

 

 지명이 다 생소하고 재밌는데 하존티마을에 이어 상존티마을을 지났다. 여기서 '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검색을 못해봤다. '존티재'라는 곳을 지났는데 언덕을 지날때마다 지명에 '재'가 붙는건 '~고개(?)' ...

고개를 넘어갈때마다 '~재' 였다.

 

정리를 하면서 둘레길 책자를 보니 반은 걸은거 같다.

시작이 반이라더니.. 금방이네.

 

처음엔 과연 가능할까? 지리산까지 가서 걷는다는게 사실 엄두가 안났었는데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건강도 덤으로 얻게 된다.

걸을수록 힘이 생기고 돌아오면 다음날 또 가고 싶고 ㅎ

하지만 세 사람의 스케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당분간 김장하는 날자가 모두 달라서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이렇게 올 가을은 지리산 둘레길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쌓으며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