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 하루하루 버티다보니 이제 가을의 문턱에 와 있네.
가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단어가 나에겐 '쓸쓸함' 이다.
화려한 단풍보다도 마음을 시리게 하는 늦가을의 찬바람이 먼저 생각난다.
올해 남은 계절도 코로나와 함께 지내게 될테니 가을이 더 삭막하게
다가올꺼 같다.
오늘은 남편이 있는 학원에서 학부모님 한분이 확진자로 판명되어
단체로 휴원문자 보내고 직원들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야했다.
내일 결과가 안좋게 나오면 그 건물을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기분 탓인지 나도 목에 가래가 끼는것 같기도 하고 열이 나는것 같기도 해서
하루종일 불편한 마음으로 지내야 했다.
내일 남파랑길 통영구간 걸으려고 예매했던 표들도 다 취소하고
주말동안 또 집콕을 하고 있어야 하다니 답답하다.
언제까지 이 코로나란 녀석과 싸우며 살아야 할런지..
며칠전 식탁위에 있던 시계가 갑자기 멈춰섰다.
시계를 사러 나가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하루에도 몇번씩 시계가 있던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우리는 시계를 올려다보며 살고 있었던거다.
사실 노트북이나 핸펀으로 시간을 확인할수 있는데 자꾸 벽면을 올려다보는
행동때문에 불편해서 시계를 다시 살수밖에 없었다.
나이들면서 취향도 변하는지 이 화려한 금색이 눈에 쏙 들어왔다.
달랑거리는 새는 또 어찌나 귀여운지..ㅎ
친구들 단톡방에 시계 샀다고 올렸더니 "옆에 니가 만든 인형이 더 예쁘다." 했다.
평소에 뭐든 심플한걸 좋아하는 내 취향은 아닌거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난 분명 이 시계가 맘에 들어서 사들고 온거 맞다.
글고 거의 15년 동안 사용한 냉장고를 바꾸었다.
그간 두번이나 AS받으면서 잘 사용했는데 가끔 물이 새서 누전이 걱정되어 사게 되었다.
요즘 냉장고는 냉장실에 물을 넣어두면 냉동실로 얼음이 만들어져 떨어진다.
무슨 원리인지 참 신기하다.
게다가 앞면은 개인 취향대로 색을 고를수가 있어서 난 연분홍과 흰색으로 선택했다.
설치하고 한시간 지나서 내용물을 넣어야하니 문에 비친 것들이
냉장고 앞에 가득 가득 정리가 안되어 쌓여있다.
사실 난 집안 살림에 크게 관심이 없는데 갑자기 냉장고를 새로 사게 된 이유가 있다.
해파랑길 같이 걸었던 큰 형님이 아파트 화재로 하루밤새에 다른세상으로 가셨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일이라 실감이 안난다.
그 형님의 살림은 거의 최소 2~30년 된 것들인데 김치 냉장고가 터지면서
화재가 발생해 아파트가 전소해 버렸고 위 아랫집까지 피해가 가게 되었다.
'밤새안녕'이란 말이 실감나는 사건이 내 주변에서 일어난 것이다.
71세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로 너무 건강한 분이셨고 젊은 사람들보다
더 운동을 열심히 하는 분이셨는데 하루밤 사이에 다른세상 사람이 된 것이다.
정말 사랑스럽고 순수한 분이셨고 지적인 마인드나 옷차림이나
젊은 취향이셔서 우리가 배울점이 많은 분이셨다.
단지 건망증이 심하셔서 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별하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나를 친딸같은 느낌으로 대하게 된다고 자주 말씀하시곤 했는데..
거의 2년동안 둘레길을 함께 걸었으니 하루에도 몇번씩 불쑥불쑥
형님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오래된 전자 제품을 바꿔 주는게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서둘러 냉장고를 바꾸게 된 것이다.
그리고 화재 보험을 들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꼭 들으시길 권하고 싶다.
형님이 화재 보험을 들어놓지 않으셔서 많은 손실이 예상된다고 들었다.
(관리실에서 든 화재 보험은 관리실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에서
화재의 원인 됐을때만 적용 받을수 있고
집 안에서 실수로 일어난 화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위 아랫집 보상은 물론 벌금까지 나오고 인테리어 비용까지 생각해야하니
예방하는 차원에서 화재보험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