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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일들로 바빴던 9월~

 

추석이 지나고 이제 완연한 가을로 접어 들었다.

곡식들과 과일들이 여물어 가는 가을 햇볕이 유난히 따갑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추석연휴에 막내가 일주일간 첫 휴가를 나왔다가 들어갔다.

추석전날 와서는 집에서 밥을 먹을 시간도 없이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더니

엄마를 위해 하루는 시간을 내주어 외식도 같이 하고 조용한 카페에 가서

한참 수다도 떨고 어제 부대로 복귀를 했다.

그 녀석이 사는곳이 어딘지 면회를 가고 싶은데 아직은 면회가 불가능하다.

아니 그 부대 주변은 아마도 가보지 못할거 같다.

부대 주소도 가끔 바뀌고 휴가를 나오거나 복귀할때도 부대에서 차량이 나와서

데려간다고 하는걸보니 부대 위치가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거 같다.

암튼 자기들 키보다 큰 풀들을 칼로 치면서 DMZ주변을 도는게 걔네 부대의 임무라고 했다.

 

 

나오면서 PX에서 달팽이 크림을 비롯해 이렇게 많은 화장품을 엄마를 위해 사가지고 왔고

승리용사상과 요원화교육에서 1등한 상장도 가져와서 아낌없이 칭찬을 해 줬다.

우리 막내는 어떤 상황에서도 늘 열심히 사는 녀석인거 같다.

새벽마다 몇키로씩 뛰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한다더니 몇달 사이에 어깨가 떡 벌어져서 돌아왔다.

막내 휴가도 왔고 둘째 유학가기 전에 큰애가 결혼하기 전에 가족사진을 찍어야 둬야 할거 같아서

급하게 예약하고 가족티도 준비하고 다들 바쁘지만 시간 비우라고 강요를 하고

그렇게 서둘러 가족사진을 찍어 두었다.

 

추석 연휴에 큰애 여친이 인사하러 왔길레 어머니께 드리라고 달팽이  크림을 몇개 주었더니

옆에서 큰애가 "엄마 하영이도 달팽이 크림 좋아해요. 제가 전에 예비군 훈련가서 사다

줬었는데 데게 잘 썼대요."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런걸 하영이만 사다주고 엄마에겐 사다 줄 생각도 못했다는건가?'

싶어서 잠시 서운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건 그럴수도 있다치고 하영이네 집에 인사하러 갔다온 녀석이

"엄마, 하영이네 집이 생각보다 좁아요. 제가 돈이 많으면 큰 집으로 이사시켜

드리고 싶더라구요." 했다.

그 말을 듣는데 또 맘속으로 서운하다 못해 괘씸한 생각이 드는거였다.

넘치는 사랑으로 키워준 엄마생각은 1도 안하면서 벌써 마음이 그쪽 부모에게 기우는건가 싶어서 ㅜㅜ

게다가 큰애가 살 집을 구하는데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우리가 10여년전 아파트를 샀던

가격 정도를 들여 전세집을 마련하다 보니 큰 부담이 되었다.

딸이고 아들이고 똑같이 귀하게 키워서 결혼시키는데 이런일은 왜 남자가 다

부담해야 하는지 엄마 입장에서 억울한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그렇게 결혼 준비를 하며 드는 여러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막내와 카페에서 얘기를 했는데

듣고있던 녀석이~ "그럼 엄마는 결혼할때 집을 누가 준비했어요?" 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당연히 남편이 신혼집을 준비했었다는 ㅎ

시집올때 입장과 시어머니가 되어서의 입장이 이렇게 달라질수 있는거구나 하며 웃음이 나왔다.

 

예비며느리인 하영이가 처음 인사를 온다고 해서 대청소도 하고 음식준비도 하면서

내가 시댁에 처음 인사갔던 일이 생각났고 신혼때 어머니와의 갈등이 하나둘 떠올랐다.

결혼해서도 출근을 하고 있던 나는 주말이면 충분히 쉬고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어머니께서 주말마다 오셔서 살림을 전혀 못하는 날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가르치셨다.

시장에 같이 가서 좋은 김치거리를 고르는것부터 절이고 양념하고 김치 담는법을

다 가르쳐 주셨는데(사실 김치를 한번도 담아보지 못하고 시집을 왔었다.)

그 일이 어찌나 힘들고 당시엔 비생산적인 일로 느껴지던지..

어머님은 먹거리 준비가 너무나 중요했고 난 그런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여겼던거다.

주말마다 내 휴식시간을 빼앗는 어머님이 너무 원망스러웠지만 갓 시집온 새댁이

싫은 내색도 못하고 네네하며 따라 다녀야만 했었다.

친정 엄마는 내게 필요한 것들을 그냥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시는 반면

시어머니는 일일이 다 가르쳐 주셨는데 사실 그때 힘들게 어머님께 배운 것들이

이후 살아가면서 내게 큰 도움이 되었던거 같다.

아들을 장가보내고 내려놓지 못하던 어머님의 행동을

이해할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내 예비 며느리와 앉아서 수다를 떨면서

나는 그런 시어머니는 절대로 되지 않을거라 다짐을 했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 올랐다.

그렇게 어머님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내가 어느새 시어머니의 입장이 되어

나도 아들을 내려 놓지 못하고 사소한 말에 서운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거였다.

암튼 큰애 결혼준비를 하면서 며느리의 입장과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역지사지 해보면 이해 못할것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비 며느리를 몇번 만나 보면서 드는 생각은

큰 녀석이 평생 같이할 반려자를 참 잘 선택했구나 싶어서 무지 고맙다.

살갑고 예의 바르고 게다가 얼굴까지 예뻐서 뭐하나 빠지는데가 없는거다.

이런 예쁜아이를 내 며느리로 데려와 준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아들에게 다른 어떤 욕심도 바램도 갖지말고 둘이서 잘 살도록 도와주자고 다짐을 했다.

내가 시댁에 처음 인사가던날 그 불편했던 마음이 생각나서

하영이도 우리집에 오기전 얼마나 신경을 썼을지 짐작이 갔고

그 아이가 편안하도록 배려를 했는데 돌아가서는 이런 문자를 보내왔다.

 

"어머님 항상 저를 생각해주시고 챙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직 부족한게 많지만 더 좋은 며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제 맛있는 음식도 해 주시고 어머님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