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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시작~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 장마가 시작되나보다.

비가 오든말든 내 할일을 하러 다니느라 바빴다.

우체국에 갔다가 은행에 갔다가 학원에 들르고 시장을 보고 집으로 들어오니 

저녁이다. 이런 날들이 하루하루 이어지고 그러다보니 글을 올리기가 힘들다.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감자와 야채들을 언니동생한테 가져다 줘야 하는데

왕복 세시간 거리가 너무 부담스러워 오늘은 포기하고 낼은 일찍 서둘러 다녀오려고 한다.

 

(주말마다 시골에 가서 부모님 일을 돕고 있다. 사진은 막내동생)

 

요즘은 부모님 때문에 시골집에 자주 내려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시는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해진다.

인지검사를 받았고 치매등급을 받으셨다. 

늘 전동차로 움직이셔서 그런지 걸음걸이도 불안하고

작은아버지들이 말씀하시는 사소한 얘기들도 다 서운하게 들으신다.

논농사를 다 기계가 해준다지만 아버지 지금 상황으로 봐선 무리일거 같아서

논을 팔자고 했더니 아버지가 허락을 안하셨다.

평생 자식처럼 아낀 논이니 당연하신 반응이다.

할수없이 당숙에게 논농사를 부탁드리고 노인일자리 다니시던 것도 그만하시게 되었다.

며칠전에는 옷을 말끔히 입으시고 머리도 빗고 아침일찍 대문 밖에 나가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무슨 서류 때문에 내려가려고 하다가 서울에서 처리하게 되어

내려가지 않았는데 내가 올줄알고 기다리신 거였다.

평생 열심히 사신 분인데 이제 노인일자리도 못나가시고 삶에 목표가 없어지니

많이 불안하신거 같다.

 

한동안 마늘을 캐고 지인들에게 판매까지 해야해서 정신없이 바빴다.

마늘일 때문에 자주 집에 내려갔는데 아버지께서 같은 말을 하루종일 반복하시고

윗집 아저씨가 농기계를 훔쳐 갔다고 의심도 하시고 ㅜㅜ

젊잖으신 분께서 갑자기 너무 변하니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사회복지사 친구에게 이런얘기를 했더니 치매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라고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는게 좋다고 했다.

요즘  주간보호센타를 접수해 놓고 빨리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다. 

 

(하영이가 등산복을 사왔길레 산에가서 인증샷을 찍어 보내주었다.ㅋ)

 

작년에 결혼한 큰애가 1년만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집 주인이 아파트를 80채나 갖고 있는 임대사업자여서 전세사기까지는 아니지만

암튼 복잡한 상황이었고 몇개월동안 속 끓이다가 간신히 일이 해결되어

평수를 늘려 이사하게 되었다. 내년에는 하영이가 잠시 일을 쉬고 아기를 갖겠다고

하는데 녀석들이 계획한대로 일이 잘 풀리면 감사한 일이겠다.

난 큰애가 결혼했다는게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나고 나에게 며느리가 있다는걸

평소에 잊고 산다. 그러다 하영이가 가끔 "어머니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요?" 하고

전화를 하면 '아 맞다.. 내가 시어머니였지.' 하며 실감하곤 한다.ㅋ

둘째는 독일에서 자기 앞가림을 잘하고 사는것 같다. 요즘은 노래를 할때 무의 경지에

들어가는 느낌이라 긴장을 할 틈이 없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막내도 교환학생을 독일로 가게 되었는데 내년학기에는 두 녀석이 독일에서 살게된다.

그런데 둘째가 다니는 퀼른음대와 막내가 갈 드레스덴은 고속열차로 7시간 거리라니

자주 만나기는 힘든 거리일거 같다.

지도를 찾아보니 서독과 동독의 끝쪽에 위치해 있더라는.

 

학교 근처에서 두세달정도 살던 막내가 종강을 하고 집에 왔는데

바로 다음날 건축기술교육원(?)으로 설계를 배우러 간다고 기숙사로 들어가 버렸다.

이제 아이들이 없는 시간이 익숙해져 간다. 처음 아이들이 집을 떠날때는 

가슴앓이를 했는데 이제 나도 바쁘고 지들도 바쁘고 요즘은 가족톡방에서 안부를 묻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이렇게 언제부턴가 남편이랑 나랑 둘이사는것에 익숙해져 간다.

언젠가 큰애가 아기를 낳으면 키워줄 수 있나고 묻길레 당연히 엄마는 사양한다고 했다.

세놈들 키우느라 내 인생을 다 바쳤는데 또 손주까지 키우며 살고싶지 않다.

앞으로의 내 인생이 너무 소중하니까.

이제 부모님께 자주 가서 농사일 돕는걸로 시간을 보내야 할거 같고

틈틈히 내가 좋아하는 둘레길 걷기를 계속 하고 싶고 여행을 자주 다니고 싶다.

 

그나저나 다음주에 비 맞으며 걸으러 내려가야 하나 고민중이다.

우비를 입고 걷는것도 운치있긴 한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