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일찍 서둘러 시골집에 다녀왔다.
며칠전부터 엄마가 잠깐 왔다 가라고 하시길레 다른일 잠시 미루고
내려갔던거다. 평일인데도 고속도로에 차가 왜그리 많던지 요즘은 주말이 따로
없는거 같다. 오랫만에 왕복 4시간 넘게 운전했더니 아직도 뒷목이 뻐근하다.
내려간김에 엄마와 시내에 나가서 맛집에 들러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재래시장에 갔다.
엄마는 허리가 굽으셔서 실버카를 끌고 다니시는데 모종을 이것저것 얼마나
많이 사시던지 고추 가지 토마토 각종 상추 등등 엄청 사시는거였다.
해마다 농사일을 그만 하시라고 아무리 말씀 드려도 밭을 그냥 비워두지 못하신다.
허리가 굽으셨어도 집안에만 있으면 더 바보가 될거 같다고 움직이시는게 낫다고..
농산물을 키우는일은 엄마의 삶에 희망이고 즐거움인거 같다.
그렇게 모종이 필요하셨으면 요양보호사 아주머니와 같이 나가서 사시지 그랬냐고 했더니
요양보호사에게 그런 부탁을 하기 싫다고 하셨다. 남에게 폐끼치기 싫어하시는
엄마 성격에 그런 부탁을 하실분이 아니다.
모종을 사고 싶어서 왔다가라고 내게 계속 전화를 하셨던거다.
그리고는 약국에 들리시더니 게보린을 잔뜩 사셨다.
아버지께서 어디 조금만 아프면 게보린을 습관적으로 드신다면서 사다 드려야 한다고.
그래서 그렇게 약을 남용하면 오히려 건강에 안좋다고 했더니
"살만큼 살았는데 하루를 살더라도 안아프게 사는게 더 좋아." 하셨다.
한편으론 수긍이 가서 더이상 말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간김에 엄마 봄 잠바를 사드려야겠다 싶어서 괜찮은 브랜드집에 들어갔다.
우리 스타일로 사다드리면 맘에 안들어 밭에 나갈때 입고 나가 일을 하시기 때문에
엄마스타일을 직접 사드리면 되겠다 싶어서 골라보라고 했더니
엄마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시고는 점원분께 가격을 물으셨다.
가격을 들으시더니 놀라서 엄마가 문쪽으로 나가시면서 사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가 선택한 옷을 계산하고 가지고 나왔더니 대뜸 화를 내시면서
"앞으로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런 비싼옷을 샀냐."고 난리셨다.ㅜㅜ
이번에도 역시나 엄마가 냉동실에 보관하셨다가 차 트렁크에 바리바리 실어주신 것들이다.
쑥, 달래, 오가피, 미나리, 머위순등등 봄나물을 골고루 준비해서 얼려 두셨다.
내가 좋아하는 파김치도 한통 담으셨고 소고기도 한가득 넣어주셨다.
(요즘 시골에서는 노인분들께 고기카드를 주는데 지역화폐같은거라 한달동안 사용안하면
소멸되어 버린다고 그 카드를 사용하느라 냉동실에 항상 고기를 가득가득 채워 두신다.)
내가 나물반찬 만드는데다 시간투자를 안한다는걸 아시기 때문에 손질하고 데쳐서
이렇게 갈때마다 준비해서 실어 주시는거다.
엄마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올라오는 내내 목이 메어오더라는.ㅜㅜ
주변에 친구분들이 돌아가시면 뭔가 마음이 울적하실거 같은데 엄마는 쿨하게 받아들이신다.
삶에 연연해 하지 않으시고 그저 오늘 주어진일에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하루를 사신다.
우리가 어릴때 엄마는 자식들에게 농사일을 전혀 시키지 않으셨는데
언젠가 엄마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너희들이 엄마처럼 힘들게 사는게 싫어서.." 라고 대답하셨었다.
그런 엄마의 마인드 때문에 우리는 시골에서도 곱게 자랐던거 같고
엄마의 바램대로 자식들이 엄마처럼 힘든일을 하며 살지 않는가보다.
사랑하는 우리엄마~~
엄마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은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