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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성지순례

 

 

 

추석 연휴에 서울에 성지순례 길이 생겼다기에 1코스를 돌기로 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신문을 보고 무작정 떠난 길이라 샘이가 폰으로 검색한 이 지도를 보며 돌아다녔다.

 

 

전철을 타고 명동에 내려 명동성당까지 걸어가며 하루종일 3코스까지 돌자며 갔는데..

1코스를 도는데만 4시간이 넘게 걸렸다. ㅎ

평소엔 참 복잡한 거리들인데 추석 연휴라 도로가 한산해서

여유있게 즐기며 걸을 수 있어 좋았다.

 

 

명동성당에서 출발하여 종로성당 혜화동성당 가회동성당까지가 1코스다..

4시간 동안 걸으며 샘이결이랑 밀린 수다도 실컷 떨고..(큰 녀석은 알바하느라 같이 가지 못함)

성당에 도착 할때마다 촛불봉헌도 하고 가족의 평안을 기도했다.

 

 

4곳 중 가회동 성당이 참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성당건물은 고딕양식인데 이곳은 한옥과 양옥을 겸비해서 지었고

옥상에서 북촌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게 장관이었다.

성당안에 이렇게 대청마루가 있고 그 옆에는 손님들이 오시면 신부님이 직접 커피를 갈아서

타 드린다고 써 있었다. 신부님이 바리스타를 배우셨다고..

 

 

대학로를 지나는중에 샘이.. 너의 앞날에 늘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도심에.. 인도를 따라가며 이런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샘이가 찍어준 사진..ㅎ 거리가 멀어 줌을 이용해서 찍어서 화질이 별로지만 맘에 든다.

 

 

대학로의 가로수들은 다 네모모양이다.ㅎㅎ

가지치기 할때 모양내기가 귀찮았던 것일까? 눈에 보이는 모든 나무들이

이렇게 각이 져 있었다.

 

 

혜화동성당에서 쉬고 있는중.. 보고 있으면 그저 웃음이 나오는 나의 엔돌핀들~~ㅎㅎ

 

 

창경궁을 지나는중이다.. 이 돌담길만 30분 이상을 걸어간거 같다.

정오 무렵이라 무지 덥고 지쳤다. 아래사진 창덕궁까지가니 돌담길이 끝났다.

 

 

가회동 성당가는길에 보았던 것들~↓↓

 

 

이 가계를 들여다보니 이담에 내가 차려보고 싶은 가계다.

앙징스러운것들 투성이..ㅎㅎ 모두 다 나의 관심과 같은 것들!!

 

 

어느 가계 앞... 팜플렛을 깨진 기왓장으로 눌러 놓았다.

아무 쓸모 없을것 같은 조각을 이렇게 쓸모있는 물건으로 만들다니..

  평범함에 자꾸 눈이 갔던..

 

 

 

 

유리 통로안에 시계 만드는 집이 있다.

주인의 감각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지만 돋보이게 꾸며 놓았다.

북촌마을 올라가는 길엔 이런 특별한 풍경들이 아주 많아서 지루하지가 않았다.

세 남자들은 관심이 없는지 미리 올라가서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내 눈엔 보이는것들이 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큰 돈들여 화려하게 인테리어를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속에 소박함과 우아함이 느껴졌었다.

 

 

가계 이름..한옥마을에 아주 제격인 멋진 발상~

 

 

재활용 나무토막 같은걸로 만든거 같은데 최고의 작품이다.

나중에 따라해보고 싶어 찍었다.

 

 

여긴 종로성당 가기전 청계천을 지나고 있다.

 두 녀석이 징검다리를 돌아다니는걸 보니 복구했을 당시 왔던 생각이 났다.

집에와서 앨범을 뒤져서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ㅎㅎ

 

 

이때는 결이가  애기 였는데ㅎㅎ 어느새 중3..

 형보다 한뼘은 크게 자라있다.

결이가 유치원때였으니 9년전과 후 사진인가 보다.

과거 자료를 뒤져 보다가 그 당시 결이가 우리 가족에게 쓴 편지가 있어 가져왔다.

혼자 보며 웃음짓다가 올려보기로 했다..

 


아빠!!
앞으로 태권도 1층에서 뽑기 안하고 색연필 문방구에서
장난감도 안 볼게요. 그리고 엄마방에 가서 자지도 않을게요.
아빠 사랑해요.

엄마!!
엄마 앞으로 구몬 열심히 하고 엄마 속쎄기지도(ㅋ)
않고 만화책 조금만 읽을게요.
그리고 나대지도 않고 까불지도 않을게요.
엄마 사랑해요.

큰형아!!
시험 공부 열심히 잘하고 영어 잘 외워서 아빠한테
칭찬 많이 받어. 알았지?

작은형아!!
공부 열심히 해서 발명가 꼭 되가지구 열차 이 세상에서
제일 빠른거 만들어. 하지만 수학을 잘해야 된다는거 알지?

 

 

그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결이의 생각이 편지속에 다 담겨있다.

엄마아빠의 잔소리를 빼놓지 않고 귀담아 듣고 있었고  두 형에게 갖는 관심이 놀랍다.

중학생이었던 큰형은 엄마아빠의 관심이 늘 성적이었고..

작은형은 그당시 꿈이 발명가였다는.. 수학이 부족해서 엄마에게 늘 특별과외를

받으며 혼나곤 했는데.. 결이 편지를 읽으며 몇년전으로 돌아가 미소짓고 있다.ㅎㅎ

 

안국동쪽으로 내려오다 팥빙수를 먹으러 들어갔다..

부티나 보이는 카페 앞에서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어." 하며 들어갔는데

망고빙수가 13000원.. 허헉!! 평촌에선 젤 비싼 빙수가 5천원인데..ㅜㅜ

수준차이가 이렇게 크다니..

 

4시간 넘게 걸으며 기도하고..집에 돌아오는데 샘이가~

"엄마, 오늘 성지순례하면서 저는 제대로 힐링이 된거 같아요." 했다.

힘들고 지쳐있던 나..  샘이의 이 한 마디에 신기하게도 '힘듦'이 말끔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