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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드디어 처서가 지나고..

모기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니 거짓말같이 공기의 온도가 다르게 느껴진다.

왠만해선 켜지 않는 에어컨을 지난달에는 자주 켜 놓고 살아서 전기요즘이 얼마나 나올까

미리 부담스럽다. 여름이 빨리 지나길 바라며 잘 버텨 냈는데..

가을이 지날때쯤 부는 스산한 바람에는 지나는 세월이 느껴져 또 가슴앓이를 하게 될 것이다..

계절이 지날때마다 내 마음은 왜 이리 간사한건지..



결이반 반모임을 엊그제 했다.

같은 관심을 가진 엄마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흥미진진해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결이가 또 반장이 된 덕분에 기분좋게 한턱을 쏘고 축하 인사를 받았다.

거기 나온 모든 엄마들은 자기들도 얼마든지 기분좋게 쏠수 있는데 녀석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날 부러워했다. 결이 덕분에 그 자리에서 난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난 '공부를 조금만 더 분발하면 금상첨화일텐데.' 하며 욕심을 내고 있었다.ㅋ



(컴 받침에 새겨진 그림을 통해 금색컵에 비친 사슴..)


저녁을 먹던 두 녀석(샘이결이) 대화가 생각나 적어보기로..

결.. 형 재밌는 얘기 해 줄까?

샘.. 뭔데?

결.. 친구중에 역사에 대해 완전 1도 모르는 애가 있어.

      그 애한테 "세종대왕 성이 뭔지 알아?" 했더니

     "몰라." 하더라구.

샘.. 헐~

결.. 그래서 "야.. 이씨 조선 몰라?" 했더니

      "그게 뭔데??" 했어.

샘.. 설마 몰랐을라구. 장난친거겠지.

결.. 근데 진짜 모르더라니까. 그래서 내가 친절하게 가르쳐 줬지.

      세종대왕의 성은 '이'씨라구..

      그랬더니 그애가~

     "아하.. 그럼 이세종이네." 했어.ㅋㅋ


깔깔대고 웃던 샘이.. "그럼 너 세종대왕 이름이 뭔지 알아?"

난 세종대왕 이름은 모르겠어서 결이가 무슨 대답을 할까 궁금했다.

결.. "당근 알지.  도.."

샘.. "맞아. 이 도.. 근데 왕들은 거의 다 이름이 외자야. 왜 외자로 지었을까?"

결.. "글쎄. 알았었는데 까먹었네."

샘.. 일반 백성들은 왕족과 이름이 같으면 안돼.

      그래서 백성들이 따라서 짓지 못하도록 아주 어렵고 특별한 한자( 漢字)를 정해서  외자로 지었대.


두 녀석의 대화를 들으며 '아.. 그렇구나..' 했다.

그동안은 이 녀석들이 궁금한걸 내게 물어보는 입장이었는데

요즘은 내가 녀석들에게 묻는일이 잦아지고 있다.


내가 고등학교때였나? 정확히 언제쯤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TV에서 오락프로를 보고 있는데 유명연예인들이 사지선다형으로 문제를 푸는 거였다.

음악문제였고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처음부분이 우렁차게 들려졌고 그걸 맞추는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도 국민배우라는 그분이 그 문제를 전원교향곡이라 쓰고 아주 자신있어 했다.

다른팀들은 다 운명이라 적었는데 그분만..

그 유명한 곡을..ㅜㅜ

그때 난 내가 왜 그리 쪽팔리던지(요즘애들 표현 ㅋㅋ) 지금까지 그때 느낌을

잊을수가 없어서 이렇게 가끔 생각나곤 한다.


근데 요즘도 자주 그런 일들이 생기는지 우리집 녀석들이 식탁에서 하는 대화에서 듣게 된다.

요즘 걸그룹들 얼굴은 진짜 이쁜데 머릿속이 텅 비었다며~

"와~ 진짜 말도 안돼. 어떻게 프랑스의 수도를 모를수가 있지?" 하기도 하고..

"우리나라 사람이 안중근 의사 얼굴을 모르다니.. 진짜 상식이하야."

초등교육만 제대로 배웠어도 알만한 문제들을 모르는게 너무 신기하다는거다.

하지만 나와 다르다고 해서 꼭 비판할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그래서 듣고 있다가 난 녀석들에게~

"걔들은 안중근의사 얼굴은 모르지만 니들이 못하는 걸 월등하게 잘 하고 있잖아.

몇년씩 노력해서 그 힘들다는 걸그룹이 됐으니 안중근의사 얼굴쯤 모르는거 그냥 봐주면 안돼?" 했다.

자기 잣대에다 맞춰서 그걸 정답으로 정해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건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솔직히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안중근 의사 얼굴쯤은 기억해 주면 감사한 일이다.
나라를 위해 그 젊은 나이에 목숨을 바친 분이니..
하지만 밥먹고 눈만 뜨면 연습실로 향하는 그 아이들에게 그건 절대로 중요한게 아닐거다.
성악전공 하는 샘이가 수학을 안하니 미적분 모르는거 하고 뭐 다를바가 있을까?

다 자기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되고

내 상식에 기준을 두고 흉보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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