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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엄마에서 벗어나기..

아침에 남편이 없어서 내가 결이를 깨워 학원에 보내야 했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난리가 났었다. 이 아저씨가 차까지 가지고 나가서 태워다 줄수도 없고

헐레벌떡 나가는 녀석을 보니 아침내내 맘이 편치 않았다.

어제 서점에 나갔다가 '엄마를 졸업하다.'라는 책을 샀는데 그걸 저녁 9시쯤 읽기 시작해서 중간에

애니팡도 하고 이것저것 딴짓하다가 새벽 2시 넘어서야 다 읽게 되어 늦잠을 자게 된거다.



친구가 자주 이 책의 저자 얘기를 하길레 무슨책인가 싶어 호기심이 생겼다.

혼자 영화보기를 실천해 보려고 롯데 시네마에 갔다가 내가 보려고 했던 영화가 상영을

안한다기에 내려오다가 영풍문고에서 이 책을 사들고 들어왔다.


닥종이 인형 작가인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르조아였다.

1944년생인데 그 어려운 한국전쟁당시에도 사업가인 아버지 덕에 힘든걸 모르고 살았다니

그렇게 넉넉한 어린시절을..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탓인지

자존감이 아주 높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를 산 사람으로 아이 다섯을 낳아 기른건 특별한 일이 아닌거 같은데..

37세에 아이셋이었던 엄마가 어찌 23살의 독일 청년과 연애를 하고 독일로 가서 살 생각을 했을까?

보통 사람의 사고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일일꺼 같으고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긍정적이고 자유분방한 그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단 생각이 든다.

다섯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운거 보니 한국엄마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며 공감이 가는 부분에 밑줄을 긋게 되었는데..

'아들을 과한 레슨비들여 최고 교수에게 사사하게 하고 각종 콩쿨 참가시키느라 정신없이 쫓아다녔는데

피아노를 그만둔다니 모든것이 물거품이 된 기분' 이었다는 글이 내맘에 확 와 닿았다.

성악을 전공하고 있는 둘째에게 가끔 드는 내 감정과 너무 비슷해서..ㅎ

초등 1학년때부터 동요를 배우기 시작해서 각종 전국 콩쿨을 휩쓸고 다녔고

방송국 동요프로와 창작동요대회를 쫓아다니며 초등시절을 정신없이 보냈다.

그 당시에는 어릴때 추억만들기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다녔는데

중학교에 가서 성악을 하고 싶다기에 겁없이 시작하게 되었다.

변성기가 지나서 성악을 시작했고 예고를 들어갔고

그때부터 서서히 그 세계에 대해 어렴풋이 알아가게 되었다.

아이들 교육비는 아깝다는 생각없이 쓰는 나였기에 둘째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면

생각없이 투자하곤 했다. 그렇게 몇년을 지켜보면서 본 성악계의 현실은 참 암담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줄이 있어야 성공하기 유리하고 큰 무대에 서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공연에는 관중을 동원해야 하고 교수님들 공연은 의무적으로 가야하고..등등

우리나라의 정서에는 성악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아서 결국 전공한 사람들끼리의

잔치같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더 서글픈 현실은 유학까지 갔다온 재원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아

많은 전공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살게 된다는 점이다.

과한 레슨비들이고 정신없이 쫓아다니며 키웠는데 아이가 그 길을 포기한다면 

뒷바라지한 부모 입장에선 물거품이 되어 버린듯한 생각이 드는건 너무 당연한 일일것이다.

'굶어도 행복한 연주자'는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 얘기인데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온 그녀는

예술가는 꼭 돈을 벌어야 하는건 아니고 우선 자신의 길에 행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엄마보다 현실적인 그녀의 아들은 무대에서의 화려함을 쫓는건 허영이라고 대답했다.

배우자와 직업은 본인이 직접 선택해야 한다는 그녀의 생각처럼 나도 둘째의 의견을 존중해서

하고싶다는 성악을 시켰는데 그때 좀 신중하게 생각해 볼껄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둘째가 제대가 가까워지자 요즘 자주 전화를 해서 복학후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한다.

사레슨 선생님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다시 시작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큰애가 제대후 담배를 배우더니 끊겠다고 선언을 하면서도 쉽게 끊지 못하는거 같아서

둘째에게 형이 담배를 끊으려는 의지는 있는데 실천을 못하는거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형은 이제 성인인데 담배를 피우던 말던 그건 형이 알아서 할일이죠." 했다.

성인이니 자기 인생은 자기가 알아서 헤쳐나가야 한다면서 이제 엄마가 참견할 일은 아닌거 같다고..

순간 그 녀석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 27살이나 된 아들놈 인생에 내가 왜 이렇게 끼어들려고 하는건지

아이들은 이미 어른인데 난 여전히 내 둥지에 가둬놓고 키우려고 하는 어리석은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큰녀석에게 담배얘기는 절대 꺼내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려나보다.

다가오는 봄엔 나 자신에게 충실하기로 했다.

결이는 엄마가 영어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외우는걸 싫어하는 난 시작할 엄두가 않나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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