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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이야기

세놈들이 쓴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며칠전 남편이 재밌는 사진을 톡으로 받았다면서 직접 읽어주었다.

큰애가 3학년때  kbs에 동요콩쿨을 나갔었는데 큰애친구 준석이가 그 당시에 쓴 일기라면서

준석이 엄마가 남편이랑 친분이 있기에 그걸 사진으로 찍어 보낸거였다.

 

(큰애 친구 준석이 일기)

 

이걸 보고 옛날 생각을 하다가 창고속에 저장해둔 세놈들이 쓴 일기장 박스를 꺼내

한두권 읽기 시작하다가 몇시간 동안을 그 속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고학년들 물리치고 3학년이었던 큰애가 1등을..)

 

세놈들의 일기는 다 특색이 있었는데 큰애는 자기 생각보다는 엄마와 선생님을

너무 의식한 일기였다. 셤을 잘 봤을때 엄마아빠가 기뻐한 일 또 말 안듣고 잘못했을때

실망하는 모습들을 신경쓰며 살았던 녀석을 보면서 2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때로 돌아가 그 녀석이 다시 초등학생이 된다면 공부부담 주지않고 하지마라 안된다 잘해라

이런요구 않하고 하고싶은 일들을 하게하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 어린 녀석에게 난 왜 그렇게 모든면이 완벽하길 바랬던건지..ㅜㅜ

 

 

반면에 둘째의 일기는 한번 쓰기 시작하면 두세장 자기가 쓰고 싶은만큼 빠져서 썼고

항상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 미래에 대한 꿈을 꾸었는데 현실감이 없는 내용들이 많았다.

워낙 책을 많이 읽고 상상력이 풍부한 녀석이라 일기나 독서록을 보면 황당한 내용들이 많다.

말하자면 어른이 되면 세상에서 제일 높은 건물을 짓겠다든지

옛날에 우리나라 땅이었던 곳을 다시 찾아 오겠다든지

세계에서 알아주는 최고의 성악가가 되겠다든지ㅎㅎ

그렇게 생각이 많고 쓰고 싶은 내용들이 많다보니 글씨가 날아다닐정도로

엉망이었고 큰애는 당시에 경필대회서 상을 받았으니

저학년이 쓴 글씨맞나 싶을 정도로 또박또박 써져 있었다.

큰애는 감정이 절제된 표현인데 둘째는 하늘을 날꺼같이 기뻤다거나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거나

오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등 표현들이 솔직하고 다양했다.

 두돐쯤 됐던 둘째가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슬프다고 표현했을때 그 녀석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울컥하며 슬픔이 밀려왔었던 기억..ㅎ 

자라는동안 그렇게 감성이 풍부하더니 결국 지금 예술쪽(성악)공부를 하고 있다.

 

막내 결이의 일기를 읽으며 난 계속해서 폭소를 해야 했다.

너무나 현실감있는 일기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감정을 표현했다.

 

 

(결이가 4학년때 쓴 일기..)

 

선생님이 검사하던말던 엄마가 읽어보던말던 글씨도 엉망~

하지만 자기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썼다.

잔소리라는 제목을 정하고 쓴걸 보니 주제일기였던가보다.

하기싫은 일을 했을때는 지겹고 지루하고 짜증난다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큰 녀석은 그런 표현보다는 담엔 더 열심히 해서 엄마아빠를 기쁘게 해 드리고 싶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마음이 아팠다.

세놈들을 키운 내 방식이 아이들 일기속에서 다 보였는데

특히 큰아이라서 경험이 부족해 아이를 많이 힘들게 했던거 같다.

하루일을 설명하고 보고하는 식으로 쓴 일기를 보며 큰애에게 너무 미안했다.

엄마나 선생님께 지적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내용과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는 부담감은 엄마인 내가 만들어준 결과였을테니..

 

어버이날이라고 음식점을 예약해 두었다길레 갔더니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곳으로 정해서 큰애가 쏘는거라 했고

분위기 있는 찻집에서는 둘째가 산다고 했다.

막내는 뭘 해 줄거냐고 했더니 자기는 애교 담당이라면서

분위기메이커 노릇을 하며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큰놈들은 진지한 대화를 하는데 반해 결이는 요즘 젊은애들처럼 유머있고 쎈스있게

대화를 이끌어 가는게 일기속에서 느낀 그대로 마냥 밝고 자유분방하게 자라 있었다.

 

밥을 먹고 카페에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내년 2월에 둘째와 셋째가 유럽 여행을 

갈 예정이라며 블라디보스톡으로 넘어가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북유럽까지 가고

거기서 오로라를 볼 계획이라고 열심히 엄마아빠께 설명을 했다.

비용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동안 둘이서 알바를 해서

모은다길레 부족한건 엄마가 보태줄테니 열심히 준비해 보라고 했더니

 "그럼 우리가 생각한 여행의 의미가 없죠." 하며

자기들 힘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갔다오는게 목표라는거다.

세 녀석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동안 이놈들 키우느라 나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았는데

제대로 잘 자라주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어서

참 감사하고 뿌듯한 어버이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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