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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이야기

한가한 오전에 주절주절..

지난주부터 결이는 중간 시험 중이다.

수요일부터 3일 봤는데 담주 월요일 영어가 남아서 아침부터 영어학원에 가더니

하루종일 얼굴을 볼수가 없다.

 

 

 

지난 목요일에 셤감독이라서 학교에 갔다가 아이들 학교 생활을 또 살짝 엿보고 왔다.

요즘 애들은 옛날 같지 않고 다 이쁘고 착해 보인다.

결이가 착하게 바르게 크고 있어서인지 결이 친구들도 다 이뻐 보인다.

첫째 시간엔 3반에 들어갔었는데 내 옆에 앉아 있던 여자 아이가 책상위에 화장품이 가득 든 파우치를

올려놓고 셤을 보고 있었다. 귀는 서너개 뚫어서 요란한 귀걸이들이 긴 머리 사이로 반짝거리고 있었고

치마는 너무 짧아서 속옷이 보일락말락.. 게다가 치마를 어찌나 달라붙게 줄였던지

옆에 주머니 있는 부분이 뜯어졌는지 다시 어설프게 꿰맨 자국도 보였다.

그렇게 불편한 치마를 어떻게 입고 앉아있는건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정말 내 상식으로는 그게 무슨 멋인지 절대로 알수가 없다는..ㅎㅎ

그렇게 입술 빨갛게 칠하고 얼굴에 하얗게 분칠하고 눈썹도 문신한것 처럼 진하게 그린 그 여자 아이가..

아주 의외였던건.. 셤을 너무 열심히 보고 있었다는거다.

한시간내내 집중해서 문제를 풀었고 서술형 부분도 가득가득 채워서 냈다.

공부를 안하는 아이들은 시험지를 받자마자 접어서 옆에 두고 한시간동안 열심히 자다가

끝나기 5분전 선생님이 깨우면 일어나 대충 OMR카드를 찍어서 내는데 

그 여자아이는 시험에 대한 태도가 겁모습과 완전 딴판으로

아주 진지했다.

그 아이가 다시 보였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꾸미는것도 열심이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열정이 있는 아이 같아서 개성있고 멋지게 보였다.

외모에만 관심있는 아이도 있고, 외모는 신경도 안쓰고 공부만 하는 아이도 있는데

둘 다 열정적으로 하는 아이라면 분명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월요일은 영어 한시간만 시험이 있어서 급식이 없다기에 반 아이들에게 한턱 쏘기로 하고

상원(부반장) 맘이랑 결이반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맘스터치에 가서

햄버거랑 음료 치킨까지 푸짐하게 주문해서 월요일 배달해 달라고 주문하고 왔다.

셤 끝나는 날 아이들이 푸짐한 간식을 보고 행복해 할 일을 생각하니

나도 덩달아 행복해져서 돌아왔다.

 

요즘은 주말이 되어도 세 녀석들 얼굴 보기가 힘들다.

큰애는 주말이면 늘 알바를 가고 결이는 공부한다고 학원가고 샘이는 연습실 가거나

친구 만나러 나가고.. 남편도 주말이면 바쁘니 늘 집안에 나 혼자 있게 된다.

오늘아침 집안에 혼자 남았는데 결이가 유치원 처음 가던 날이 생각난다.

늘 엄마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녀석을 유치원 셔틀에 태워 보내고 집에 들어 왔는데 기분이 묘했다.

오후에 출근하는 남편이랑 둘이서 오전시간을 같이 보내는게 왠지 익숙치가 않았던..

늘 세놈들 챙기며 살다가 갑자기 막내까지 유치원보내고 챙길 녀석이 없어지자 뭔가 허전해 지면서

나중에 세놈들이 다 커서 내곁을 떠나면 무슨 재미로.. 어떻게 살지??

결이가 유치원가던 첫날 느꼈던 그 허전하고 불안했고 조금은 슬펐던 그 감정...

하지만 그런 감정들을 금방 잊어버리고

오전시간의 한가함을 즐기며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져서 살게 되었다.

큰 애가 군대 갔을때도 내 눈앞에 늘 있었던 녀석이 안보이니 한동안 손에 일이 안잡혔었다.

하지만 2년동안 그 녀석이 없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살게 됐었고..

그 녀석이 제대해서 돌아왔을때 아들이 다시 하나 늘어나서 신경써야하는 불편함을 한동안 느꼈고.. 

그렇게 한두달 지나자 또 세 아들의 엄마로 익숙해져 갔다.

 

요즘은 쉬는날 세 녀석들이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으면 잔소리가 나온다.

다 제 할일을 하러 나가야 내 맘이 편해져서 그제서야 집안일을 하고 화초를 돌보고

바느질도 하고..오늘도 내 할일에 집중하면서..

세 녀석들이 내곁을 떠나면 어떻게 살까 걱정했던 옛날을 생각했다.

때가되면 부모품을 떠나 제 살길을 찾는게 당연한건데..

그렇게 변하는 상황에 늘 적응이 되며 다시 익숙해져 살아가게 되어 있는데...

뭘 미리 그렇게 걱정을 했는지..

아이들은 자기인생을 위해서 당연히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맞는데..

내가 그렇게 살아왔듯이...

아이들이 어릴땐 내가 언제까지나 아이들을 보호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살았던거 같다.

아이들도 우리처럼 어른이 되어 자기인생을 책임지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못했던거 같다.

이렇게 앞으로 나도 변해가는 상황에 맞게

관심있는 일에 올인하며 내 인생을 살면 되겠지.
가족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틈만나면 썰렁한 유머를 던지는

신랑과 함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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