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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부모님을 뵙고 와서~

여전히 확진자 숫자를 신경쓰며 맘졸이고 지내고 있는 요즘이다.

해파랑도 두달동안 쉬었더니 다시 시작하는게 엄두가 안나는 중이고

학원도 다시 시작했고 아이들도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조심스럽고 음식점에 가서 밥먹기도 쉽지 않고..

남는건 시간뿐이고..쉬는날은 친구도 못만나고

주말농장에 가서 새순 올라오는 아이들이나 바라보며 지낸다.

 

추석에 식구들이 한꺼번에 모이는걸 피하기 위해

각자 가능한 시간에 친정집에 미리 갔다오기로 해서 집에 갔었다.

두분모시고 맛집도 가고 드라이브도 하고 많은 대화도 나눴다.

우리 여섯명이나 되는 자식을 키우시느라 엄마아버지 너무 고생하셨다고 했더니

 "그래도 너희들 키울때가 우리는 가장 재밌었다." 고 하셨다.

돈을 버는대로 자식들에게 쓰고 항상 여유가 없었는데도

아버지는 그때가 가장 재밌었다고 기억하셨다.

젊었을때 너무 열심히 일하셔서 지금은 약으로 버티며 사시는데

지금도 오직 자식들 걱정하시고 자식들에게 뭐라도 챙겨주고싶어 하신다.

고사리가 나올때 들과 산을 다니시며 고사리를 잔뜩 꺽어다가 말려서 자식들에게

한 봉지씩 나눠주셨는데 그야말로 국산 야생 고사리다.

물에 담궜다가 살짝 데쳐서 볶았더니 가족들이 모두 맛있다며 잘 먹었다.

엄마의 정성을 생각하니 너무 귀하게 여겨지는 반찬이다.

 

그리고 밭으로 가시더니 부추를 베어서 한바구니 차에 넣어 주시고

대파와 쪽파도 뽑은 자리에 앉아서 깨끗하게 다듬어서 봉지에 바리바리 싸 주셨다.

마늘도 시간날때마다 까고 찧어서 냉동실에 잔뜩 얼려 두셨다가 우리가 가면 나눠 주신다.

엄마의 요즘 일상은 이렇게 자식들 거둬먹이는걸 즐거움으로 알고 사시는거 같다.

큰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에 가득가득 채워놓고 우릴 기다리신다.

긴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고추농사가 완전 전멸이어서

우리에게 줄 고추가루가 없다고 걱정을 하셨다.

지금껏 한번도 그런적이 없는데 고추농사가 이렇게 망한적은 처음인거 같다.

올해는 내가 고추가루를 엄마께 선물해 드려야겠다 싶어서

목포에 사는 동생 시댁에 주문을 해 두었다.

 

자식들 공부시키느라 그렇게 힘들게 사셨는데

우리 키울때가 가장 행복하셨다니 우리들은 두분 삶에 희망이셨던거다.

두분의 그런 헌신 덕분에 우리는 아주 건강한 사고를 가진 어른으로 성장했다.

우리 6형제자매는 결혼상대자를 모두 스스로 선택했고

본인들이 선택한 배우자에 대해 모두 후회없이 살고 있다. 

우리가 선택한 배우자에 대해 두분은 무조건 믿고 인정해 주셨던거 같다.

모두 성격이 잘 맞는 배우자를 만난건 아니지만 

서로 이해하며 잘 맞춰 살고 있다는게 맞을거다.

엄마아버지가 우리에게 평생 보여주셨던 삶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건강한 사고로 살고 있는건 부모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소중한 유산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2세들도 하나같이 모난데 없이 자라고 있는건 부모님 덕분이다.

이런 부모님을 둔 우리는 참 복이 많은 자식들이다.

우리가 자랄때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하면 호되게 야단을 치곤 하셨는데

나역시 세 녀석들을 그렇게 키웠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들이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했던게 언제였던가..

어느새 자기 앞가림을 책임있게 하고 있는 어른으로 모두 성장해 있다.

 

지난주엔 모처럼 청년부 미사를 갔었다.

둘째가 성가대 지휘를 하는데 요즘 코로나때문에 성가대원들이 모이지 않고

입당성가부터 파견성가까지 혼자서 다 한다는 것이었다.

이참에 샘이 노래를 들어봐야겠다 싶어 청년부 미사를 갔는데

성가를 들으며 몇번이나 울컥했다.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경건하게 기도만 하고

성가는 윗층에서 샘이 혼자서 다 부르고 있었다.

성악을 하며 각종 콩쿨에 시험에 몇년간 얼마나 마음을 졸인 순간이 많았던지..

이렇게 쓰임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동했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멋져서 눈물이 났다.

미사오신 분들이 요즘 성당에 샘이 노래를 들으러 오신다는 분도 계시고 ㅋ

샘이 덕분에 미사시간이 너무 은혜스럽다고 한마디씩 하고 가셨다.

이렇게 밝게 건강하게 사는 녀석들 보면 부모님께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힘든 환경에서도 여섯명의 자녀들을 사랑으로 키워 주셔서

우리도 그리 자식을 키우고 있으니...

우리 부모님은 우리가 희망이었듯이 우리는 세놈들이 희망이다.

 

오늘아침 덩치가 산만한 막내가 내게 와서 애교를 떨길레

"우리결이는 엄마의 희망~~" 했더니~

"저 엄마의 희망 안할래요. 형들을 엄마의 희망으로 하세요."

하면서 도망을 갔다.ㅋ

 

지난주에 결이가 텝스셤을 본다기에 내려주고 뒷모습을 찍었다.

세놈들 키우며 시험장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봐야 했는데

아직도 우리 막내가 이런 기회를 엄마에게 주네..ㅎ 고마운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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