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제대~

올해도 이제 벌써 12월 한달을 남겨두고 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갑자기 한겨울로 접어든 날씨로 움추려 들게되고
이제 시작된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
갑자기 한파가 몰려왔던 11월 마지막날 우리 막내가 제대를 했다.
오전에 전역식을 했는지 밴드에 글이 올라와 있었다.
간부가 올린 글에 '박한결 병장 전역식을 하는데 후임들 눈이 모두 그렁그렁 했다.'
고 써 있었다. 오후에 집에 들어온 녀석~
이제 민간인이 됐다고 신나서 올거라 예상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우울한 얼굴로 현관에 들어섰다. 울고싶은 표정으로..
후임들이 모두 그렁그렁 한것도 모자라 몇명은 대성통곡을 하고 울었다나?
맞후임이 전송사를 해 주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녀석이 전송사하면서 울어서 겔이도 엄청 울었던거 같다.
얘기를 들으며 나도 울컥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ㅜㅜ
세놈들 키우며 이렇게 마음아픈 일들이 종종 있었는데
그녀석 얘기를 들으며 아직도 같이 울어야 할 일들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살다보면 만남과 헤어짐은 언제나 있다.
18개월동안 가족처럼 지내던 동료들과 헤어지는 일이니
당연히 마음이 편치 않았을거다.
밴드에 한 용사 어머니가 댓글을 남겼는데 그분의 아들이
우리 겔이에게 의지를 많이 하며 군생활을 했다며 전역을 아쉬워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 아이가 펑펑 울었다는 맞후임이었다.
우리 겔이가 군대에서 아주 듬직한 선임이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고
나중에 후임들도 제대하면 연락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고 말해 주었다.

 

위에 두 녀석들은 제대를 하며 홀가분해 했던거 같은데
겔이는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은거 같아서 나도 마음이 무겁다.
우리 아들은 제대를 했지만 그 위험한 지역을 지키고 있는 아들들은 항상 있을테니까.
겔이가 그곳에 있는동안 내 마음도 늘 그 곳에 있었고
제대를 하면서 내 마음은 돌아왔는데
우리 막내의 마음은 한동안 그곳에 계속 머물러 있을꺼 같다.

제대를 하면서 전역증 같은걸 받아 왔는데 거기에 수상내용이 여러개 적혀 있었다.
승리용사상 수색요원화상 모범용사상 사격대회상
그리고 제대 하는날 받은 육군 용사상..
사격대회상만 단체상이고 4개는 모두 개인표창이었다.
그래서 상장은 다 어딨냐고 물었더니 버렸다고 했다. 헐~
''군대서 받은 상장이 뭐 중요 한가요?'' 하길레
속으로~ '엄마는 너무 중요한데..' 했다.
짜슥~ 엄마는 아들의 그런 흔적들이 기쁨인데 그걸 알아주지 못한다는.

 

군복 프로필 사진을 찍어 주려고 겔이를 데리고 나가는데
독일에 있는 둘째한테 전역축하한다며 전화가 왔다.
둘째가 어딜 가는 중이냐고 물었던가보다.
엄마랑 사진관에 가고 있다고 하니 전화속에서 이런말이 들려왔다.
"너도 끌려가고 있구나." ㅋ
이 녀석들은 귀찮아 하면서도 이런 엄마의 극성을 수긍하고 따라주니 고맙다.

내일은 새벽에 KTX를타고 내려가 남파랑길을 두코스 걷고
올라올 예정인데 겔이가 엄마의 보디가드로 따라간다.
요즘 토익 공부를 시작했는데 기꺼이 엄마를 위해 하루정도는
시간을 내어줄 수 있다며 생색을 냈다.
민간인으로 돌아와 새로 시작하는 막내의 인생에
아름다운 꽃길이 기다리고 있기를...

 

6세인 우리 겔이~
얼마전 모습 같은데 어느새 이 꼬맹이가 어른이 되어 버렸다.

이때가 그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