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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이야기

십여년전 써 놓은 글을 읽다가~

 

(이사하면서 보니 상진이가  유치원 시장놀이할때 들고 갔던 지갑이 아직 서랍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백원동전을 넣어보니 열개정도밖에 안들어가는 아주 작고 앙징맞은 지갑이다.)

 

 

2004년에 쓴 글을 읽으며 혼자 미소 짓다가 올려 봅니다.

 

(1) 

며칠전엔 아이들과 같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데..

신랑이 또 슬슬 장난기가 발동하는 거였다.
"야, 한샘아, 너 토벤이가 누군지 아니?"
"아뇨. 누군데요?"
"성은 베씨인데... 아빠 친구야."
"베...토벤?? 와~하하.. 거짓말 ㅋㅋ"
"진짜야.. 토벤이가 나랑 같이 음악 공부 했었잖냐. 소시적에..

그 자식 음악성이 진짜 남달랐었는데 일찍 죽어서 참 안됐었지.
어릴때 아빠랑 같이 자란 소꼽 친구야."
"아빠 아무리 진짜 같이 얘기해도 소용 없어요. 아빠는 진짜 못말려."
"햐~짜식, 진짜라니까. 그 밖에도 아빠 친구가 많았어.

짜르트도 있고 델이도 있고 하도 있고.. 다 나랑 같이 음악하던 녀석들이야."
"와~ 아빠 안 믿어요. 그만좀 하세요."
한참을 그렇게 한샘이 데리고 장난이더니 
이번엔 나에게...
"야, ㅇㅇ야, 카소말야."
"카소?? 그게 뭔데.."
" 너 내 친구 카소 몰라? 성은  피라구..."
"어이구~~ 이 아저씨 또 시작이군.ㅋㅋ"
"와~ 그 자식 그걸 그림이라구... 그림 같지도 않을걸 그리면서...

그때 당시엔 걔가 그린거 우리는 그림으로 쳐 주지도 않았었어."
"어허.. 그러셨어?"
"짜슥~ 그림 그린답시고 낙서만 하면서 말야.
옛날에 그 녀석이 그려준 그림 잔뜩 있었는데 이렇게 유명해 질줄 모르고 다 버렸다니까.
화장실가서 X누고 X닦는 종이로 다 써 버렸어."
"에구 그러셔? 그냥 놔두지 왜 버렸어? 지금쯤 그림 팔아서 엄청 부자로 살고 있을텐데..."
얼굴표정하나 안 바꾸고 이렇게 장난을 치는 우리 신랑.. 진짜 못말린다.ㅎㅎ
암튼 이 아저씨는 식탁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데 도사다.


요즘 한샘이가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책을 흥미있게 읽는데
읽을때마다 엄마 아빠에게 그 줄거리들을 보고하는 식으로 식탁앞에서 수다를 떤다.
그러면 또 영락없이 장난기가 발동하면서~
"아. 맞어. 그 녀석 그때 정말 애국심이 남다른 놈이었지. 
아빠는 목숨이 아까워서 그렇게 나서지 못했는데 그 놈은 자기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더라구.

정말 멋진 친구였지."

 

듣고 있던 상진 한샘이...
"헐~!! 또또또 아빠 친구!!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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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운전석 뒤에서 두 녀석이 하는 대화를 들으며~~

 

샘: 아, 두발 저전거 갖고 싶다.

결: 아마 우리는 부자가 아니라 끝까지 못가질껄.

     '(애긴줄 알았더니 이런말을???)'  (당시 결이가 6세)

샘: 아냐. 내가 돈 모아서 살거야.

     엄마, 두발 자전거 요즘 얼마예요?

엄마: 글쎄, 아마 십만원은 넘어야 할껄.

샘: 와~ 그럼 만원짜리 열개가 있어야겠네.

     그러면 엄마가 매일 저한테 용돈을 만원씩 주세요.

결: 형아.. 엄마는 지갑에 만원 세개밖에 없어.

샘: 우쒸~ 내가 어른되면 백만원 모아서 사고 싶은거 다 살거야.

결: 백만원? 그건 만원짜리가 몇갠데?

샘: 엄청 많어.

     근데 우리가 할아버지가 되어도 백만원 모으기는 힘들껄.

결: 맞어. 백만원은 엄청 많은거지.

엄마: 속으로 '그렇게 힘들진 않을꺼야.'

       

'엄마는 두발자전거 위험해서 사주기 싫은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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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때부터 결이는 샘이보다 더 형아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네..

엄마 지갑속 상태를 신경쓰고 있었던 결이.. 아무 생각 없었던 샘이..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똑같다.

 늘 엄마 기분을 찬찬히 살펴주는 속깊은 결이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