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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이야기

큰 녀석 전화를 받고~

 

 

 

상진이가 오랫만에 전화를 해서 수다를 떨었다.

이제 분대장을 달게 됐다는데 병장쯤 되니 그런걸 달았나보다.

군대에 있으면서 그 녀석이 군종병과 성당에서 반주봉사를 열심히 했던거 같다.

그 사단에서 며칠전 사단장이 전역을 했다고 했다.(사단장이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몰라서 상진아빠에게 물어봤다. 무식..ㅋㅋ)

그 사단에서 젤 높은사람?? 암튼 포스가 느껴질꺼란 상상이 된다.

그분이 천주교 신자였고 그래서 늘 상진이와 성당에서 주일에 만나게 되었고..

상진이의 성가 반주를 좋아하셨고 늘 칭찬해 주셨다고 했다.

마지막 미사때 "사단장님께 드리는 마지막 연주" 를 멋지게 해 드렸다고 했다.

전역하는날 부대에서부터 위병소까지 그 부대에 있는 모든 사병들이 나와 도열을 하고

박수를 받으며 전역식을 아주 크게 했다고...

상진이가 위병소 끝쪽 부근에 서 있었는데 가다가 잠깐 사단장님과 눈이 마주쳤다나?

그 많은 사병들중에 어떻게 상진이와 눈이 마주쳤을까?

그런데 그분이 자기를 손짓하며 부르더란다.

그냥 악수만 하고 인사를 할 줄 알았는데...

그 녀석 표현에 의하면 ㅋㅋ  포근하게 안아줬다고...

수고했다고 하시며... 가슴이 뭉클해서 혼났다고..ㅜㅜ

녀석의 말을 듣고 있던 나도 울컥하며 목이 메어왔다.

성당에서 반주를 한다는 이유로 사단장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었던 녀석..

군대에서 힘든 이별을 경험한거 같아 나도 마음이 아팠다.

군대라는 곳은 만남과 헤어짐이 항상 존재하는곳인거 같다.

상진아빠도 눈시울을 붉히며 옆에서 듣다가

"야.. 너는 그냥 군대에 말뚝 박아라. 넌 딱 군대 체질이다." 했다.ㅋ

 

제대할때 같이 지내던 동기나 후임들과 헤어질때 또 마음아플텐데

 제대할때도 한동안 가슴앓이를 하게 될지도..ㅎㅎ

 

 

 

 

3년전 상진이가 수능볼때 들고 갔던 보온 도시락을 이번에 다시 꺼냈다.

상진이가 첫 아이여서 보온 도시락을 샀고 며칠전부터 도시락을 어떻게 준비해줄까

고민했었고 그 녀석 입맛에 맞게 이것저것 정성껏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수능끝나고 집에 가져온 도시락은 반 이상이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너무 긴장해서 밥이 넘어가질 않아 먹질 못했다며...

 

그로부터 3년이 지났고 이 보온 도시락을 다시 사용할 기회가 왔다.

샘이도 한예종 수시를 붙었지만 일반대학 수시와 달라서 정시도 볼수 있기 때문에..

며칠전부터 고민하며 도시락을 준비했던 상진이와 달리

전날 저녁에 묵주기도를 마치고 11시 다 되어서 보온 도시락을 꺼냈고

냉장고에 남아있던 재료들을 모아 대충 준비를 해서 보냈다.

 

시험을 마치고 돌아온 그 녀석의 도시락은 국물 한방울 남겨져 있지 않았고

너~무 맛있었다며.. 아주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ㅋㅋ

수능등급에 대해 부담이 없는 둘째와 등급컷에 목숨걸던 큰 녀석의 차이였을거다.

 보온 도시락은 다시 깨끗이 씻어 씽크대 속으로 들어갔고

 그 곳에서 몇년 후 결이 수능을 기다리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