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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이야기

샘이의 첫 알바~

입시가 끝난 한샘이가 1월말에 친구랑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애들아빠는 이제부터 너는 어른이니 용돈을 벌어서 쓰라며 교육비는 당연히 대줄수 있지만  

여행비나 데이트비용 같은 용돈은 이제 줄 수 없다고 했다.

며칠동안 알바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면접도 보고 노력을 했는데도

고3이라는 위치가 알바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거 같았다.

업주들은 계속 일할 수 있는 아이들을 찾고 고3인 한샘이는 길어봤자 대학가기 전까지

2개월정도 할수 있는 주말알바를 찾고 있으니.. 못구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샘이친구가 물류센터에 같이가서 일하자고 연락이 왔다.

지 방청소도 제대로 안해본 녀석이 첫 알바를 그런 힘든일을 해야 한다니 걱정이 되었지만

애들아빠는 꼭 돈을 버는 목적보다 사회생활이 어떤것인지..

 노동의 댓가가 어떤것인지 조금이라고 느낄수 있도록 내버려 두자고 했다.

돈에 대한 소중함도 모르고 그저 돈이 필요하면 부모가 척척 대주니

요즘 아이들 돈이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는줄 아는게 문제라 하면서...

암튼 그렇게 첫 알바를 물류센터로 가게 되었는데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4시 30분에 금정역으로 가서 수원 장안문 어디로 간다며 집을 나갔다.

9시부터 일하는데 그렇게 일찍 나가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켜보기로 했다.

성악하며 많은 고생을 한 녀석이라 힘들다고 쉽게 물러서진 않을거란 믿음이 있었다.

오후 5시가 되었는데 전화도 받지않고 연락이 안되어 슬슬 걱정이 되었다.

엄마가 너무 걱정을 하자 나중엔 결이도 불안한지 계속 전화를 했다.

드디어 6시가 되어 전화가 왔는데 그제서야 일이 끝났다는 거였다.

 

입시 끝나고 7~8kg뺀 멋진샘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샘이녀석을 보며 우리는 "와우~ 아들!!" 하며

환호성을..박수를...하이파이브를 해 주었다.ㅎㅎ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온 그 녀석의 표정은 개선장군(ㅋㅋ) 같았다.

드라마에서 보았던 일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더라고..ㅎ

물류센터 사무실에 갔는데 우선 오는 순서대로 봉고차를 타고 어디로 데려간다고 했다.

친구랑 같이 갔는데 둘중 한명만 필요하다고 해서 친구는 그냥 집에 가고

(친구가 늦잠을 자서 늦었기 때문에 샘이에게 양보했다고.. )

샘이만 다른사람들과 그 봉고차를 타고 갔는데 가다가 밖에 이정표를 보니

용인 어디쯤으로 가고 있더란다..

가서 내린곳은 어마어마하게 큰 물류창고 였다고 했다.

내려서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그곳에 사훈(?)같은게 적혀있었는데

그 글을 읽는 순간 가슴에 깊이 새겨지더란다.

'일을 하기 싫으면 돌아가라. 하지만 하고 싶으면 최선을 다해라..'

일을 할거면 열심히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필요 없다는...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동자들의 생존경쟁이

그 글귀를 통해 다 느끼지더란다.

거기서 만난 같이 일한 형이 샘이가 한 일은 꿀빠는 일이라고 했다고 했다나?ㅎㅎ

무슨 홈쇼핑 회사 였는데 포장해 놓은 것들에 바코드를 붙이는 작업이었고

2인1조가 되어 하루종일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바코드를 붙였다고 했다.

일은 힘들지 않았는데 그 창고가 너무 크고 넓어서 몹시 추웠고 여덟시간을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니 지루해서 너무 힘들었다고..

점심을 그곳에서 주었는데 반찬은 서너가지였고

열심히 일한 후 먹는 점심이 그렇게 맛있을 줄 몰랐다고..

평소에 손도 안대던 고사리 나물이 꿀맛이었다고,,ㅎㅎ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계속 담배를 피우면서...대화가 온통 다 욕이었다고...

늘 불평불만을 하고 있었고.. 그 사람들 보며 왜 그렇게 사는지 알꺼 같았다고...

그렇게 8시간을 일하고 샘이가 받은돈은 55000원..

샘이를 가르치는 작은선생님(대학생)은 한시간 수업하고 6만원인데...

샘이가 어떤걸 느꼈을지 말안해도 알꺼 같았다.

 

음악을 하려면 사실 경제적인 뒷받침이 안되면 가르치기 힘들다.

입시에 임박해서는 레슨비가 엄청나게 들어가고 반주비에 향상비 마스터클래스비 등등

엄마아빠가 저를 위해 쓰는 돈과 하루종일 죽을힘을 다해 일하고 받는 그 사람들의 임금..

노동의 가치를 비교해보니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다고...

이제 돈을 생각없이 함부로 쓰지 못할꺼 같다고 했다.

샘이의 수다를 들으며 아빠의 의도대로 효과가 나타난거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그일을 안한다고 할줄 알았는데..

계획한대로 주말마다 가서 알바를 해서 번 돈으로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암튼 어리버리한 녀석이 특별한 경험을 한거 같고

나도 자식키우며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

난 아빠학원에서 차량도우미를 시키고 용돈을 주려고 했는데

샘이아빠는 제대로 고생을 해 보려면 다른사람 밑에서 힘든걸 참고

견뎌야 하는게 맞다고 했다..

 앞으로 이 녀석들이 헤쳐나가야 할 인생을 생각하면 강인한 어른으로 자라야하니

 안스러움 내려놓고 나부터 마음을 굳게 다잡아야 할 것 같다..

 

토요일엔 그리 힘들지 않았다고 하더니 담날 성당엘 가는데

이 녀석은 다리가 너무 아파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하겠다며

어그적 어그적 걸어가고 있었다.ㅎㅎ

결이는 "형! 걷는폼이 거시기 수술한거 같아." 하며 깔깔대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