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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이야기

그 곳에선 꼭 행복하기를..

세월호 참사가 있던날 우리는 구채구 여행을 위해 공항에 있었다.

아이들은 다 구했다는 보도에 안심하고 여행길에 올랐었는데...

여행내내 일정이 바빠 정신없이 지내다 오니 세 녀석들은 며칠동안 잠을 설쳤다고 했다.

기사를 보기만해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우울해져서 클릭하기가 겁난다.

며칠동안 머리속에서 그 생각이 떠나질 않는데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일거다..

 

여행에서 돌아오니 세 녀석들이 집안을 폭탄을 만들어 놓았다.

상진이는 설거지와 청소를 담당했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빨래 담당이었던 한샘이는 엄마오기전에 빨래를 말끔히 해 놓는다고 세탁기를 돌려 널었는데

허헉!! 비싼 정장을 넥타이까지 세탁기에 넣고 돌려 종잇장 구겨진 것처럼해서 옷을 건조대에 널었다.

세탁소에 맡겨야 한다는 걸 알리가 없으니..ㅜㅜ

다른정장은 바지가 낡아 당장 입을게 마땅찮아서

핑게김에 녀석을 데리고 나가서 정장을 사 주어야 했다.

연주 있을때마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정장을 입어야 하는 녀석이기에...

 

한결이는 엄마 없는 동안 열심히 셤공부를 했다는데 우리가 온날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물 한모금 넘기기도 힘들어하던 녀석.. 첨엔 단순한 감기인줄 알았다.

목 부위가 부어 올랐고 위아래 이가 맞지 않아 계속 죽을 먹였다.

목이 퉁퉁 부어 있어 검사를 했는데 볼거리였다.

얼마나 아팠으면 턱이 틀어지고 목젖이 혀쪽으로 나왔을까..

결국 링겔을 맞고 학교에 가지 못했고 일주일 동안 공부를 전혀 못하고 죽도록 아파하다가

오늘 시험 이틀째 보고있다.

중3 중간고사가 결이 인생에 무슨 큰 영향을 끼칠까 싶어 시험을 포기하겠다고 했더니

학교에서는 무조건 봐야한다고 했다.

볼거리가 유행인데 다른애들은 셤전에 다들 지나갔고 지금 세명이

아픈중이라 따로 격리되어 셤을 본다고 했다.

 

지난 일요일 아침 성당에 가자고 깨웠더니 도저히 못가겠다기에 상진아빠랑 둘이서 갔다.

그런데 신부님 말씀을 듣고 이정도 아픈걸 가지고 호들갑을 떨다니..

안산에 와동성당은 지금..

고등부 학생회장을 비롯하여 복사단장까지 22명이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는순간 아파서 공부 못하는 결이보며 답답해 한 내 자신이 왜케 죄스럽던지...

그렇게.. 이번 시험에 대한 욕심이 쉽게 버려졌다..

 

영어회화실에서 따로 셤을 보고 교실로 책을 가지러 잠시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다 달려 들면서..

"한결아.. 내 볼에 뽀뽀좀 해줘. 아니 그냥 키스를 해 다오.." 하더랜다.

또 다른 친구는  ~

"차리리 내 얼굴에 침을 뱉어라. 이 자식아!!" ㅋㅋ

(볼거리는 침을 통해 바로 전염이 된다고 함)

 

학교를 결석한 결이를 부러워 하며 볼거리에 걸리고 싶은 아이들의 행동이라고..

눈병에 걸린 아이가 있으면 그 친구의 눈을 비벼 자기눈에 비벼 댄다고 해서 설마 했더니..

장난이 지나친건지 아니면 진짜로 결석을 하고 싶은 건지..

 

그 나이면 이렇게 철없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녀석들인데...

한창 싱그럽고 미래에 대한 꿈을 꾸었을 그 아이들..

풋풋한 사랑을 꿈꾸며 이성에 대해 설레였을 아이들...

피끓는 청춘인 그 아이들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상진이 말대로 죽어라고 공부만 하다가

가버린것이다.

 

그곳에선 꼭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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