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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이야기

스산한 가을~

최근 몇년간 매년 가을만 되면 마음 한켠이 시리다.

올해도 어김없이 참 스산하게 다가오네..

하루종일 뭔가 집중하는 일 없이 안절부절 하며 보낸다.

결이에게 잔소리할때 항상~

"너에게 중3 이  또 올줄 아니?" 하거나

샘이에게 "네 인생에서 스무살 다시 오지 않아. 하루하루 의미있게 보내라."

잔소리를 하면서 정작 나는 지금 이순간이 나에게

가장 젊은 시절인데도 무의미하게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그래서 요즘.. 자주 서성이고 있는 날 발견한다.

갑자기 목표가 없어졌을때의 불안감?? 같은걸거다.

어제 퀼트샾에가서 가방 패키지를 하나 사 왔는데 손에 잡히질 않는다.

내게 버섯을 보내준 고마운 분께 선물할 가방을 만들어야 하는데...

얼른 시작해야 하는데 그냥 하루종일 리톱스만 쳐다보다가 하루가 간다.

 

둘째는 학교에서 9월 말까지 오페라 하느라 정신없더니..

이제 그 돈조반니 자막을 가지고 알바준비 하느라 바쁘다.

어제부터 자막수정하고 리허설하고.. 낼은 춘천문예회관으로 간다고 한다.

이 녀석은 남에게 싫은소리 못하고 순해서 늘 신경이 쓰인다.

어른대접을 해 줘야 하는데 내가 그 녀석의 판단에 자꾸 잔소리를 하고 있다.ㅜㅜ

혼자서 이틀동안 춘천까지 가서 고생을 하는데 자막을 같이 하던 형은 자막자료가

자기에게 저작권이 있다며 알바비의 반을 내라고 했다나?

자막은 여름내내 샘이랑 같이 만들어 놓고는.. 무슨 저작권??

결국... 지난번에 형한테 신세를 진 일이 있어 빚갚는 심정으로 OK를 했다고..

이 녀석이 조금만 계산적이고 영악했으면 좋겠는데.. 마냥 당하고 사는거 같다.

일단 이번일은 약속을 했으니 며칠동안 중노동을 하고 반을 그 형에게 주어야 한다.

고생은 혼자 다하고... 이 상황이 너무 화가난다.

대학의 선후배 관계는... 군대도 아니고 선배의 말은 무조건 복종이고

선배들은 매번 명령하며 후배들을 종부리듯 한다.

 

큰 녀석은 요즘 여친이 생겨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학교 수업 끝나고 저녁시간에 잠깐이라도 꼭 만나고 들어온다.

낼은 아빠차를 빌려 드라이브를 간다고 호들갑이다.  

용기없는 이 녀석은 여자애한테 대쉬를 받았다나? ㅎ

좋을때다.. 주중엔 학교 생활 철저히 하고 주말엔 알바 열심히 하고..

다른 엄마들은 아들이 여친생기면 질투가 난다는데

난 왜케 기분이 좋은건지..ㅎㅎ

 

우리집에서 막내 한결이만 공부하느라 바쁘다. 불쌍한 녀석..

형들은 자유롭게 사는데 결이는 이제 입시 지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중이다.

결이에겐 공부를 강요하고 싶지가 않아 그냥 내버려 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녀석 스스로 공부 욕심이 있다.

 

중3은 고입내신때문인지 셤 끝나자마자 한달후 다시 셤을 본다.

결국 끝나자마자 또 셤 공부 준비중인 한결이...

 

 

방 바닥을 이렇게 어질러 놓고 학교에 가면서..

"엄마 이거 건드리지 마세요.." 한다.

엄마가 정리를 해 두면 뭘 찾기가 힘들다며...

그럼 난.. 책을 피해가며 청소기를 돌린다..

어설픈 구석이 많은 녀석이지만 난 이대로의 결이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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