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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이야기

한 해를 보내며..

 지지난주 결이학교 셤감독을 갔을때 교장선생님께서 이 시를

엄마들에게 나눠주셨다. 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한해를 보내며..'

오늘아침 식구들 앞에서 이 시를 읽어 주었더니 반응이 좋았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을 읽다가 그만 울컥..ㅋ

반성하면서도 늘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날 표현한거 같아서..

한결이도 엄마랑 같은 곳이 마음에 와 닿는다고 했다.

그런데 샘이는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가 마음에 쏙 들어온다고 했다.

녀석이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12월이 지나는 동안 난 이 시를 자주 읽게 될꺼 같다.

 

** 한 해를 보내며...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 하십시요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며칠전 학교에서 돌아온 결이가 난데없이

 "엄마. 제가 나중에 돈 잘 벌꺼 같아요?"

하며 사회시간에 설문조사를 했는데 70여 가지 중에 몇가지에 자기 이름이 있더라며

그 중에 하나가 '돈 잘 벌거 같은 아이' 에 이름이 있더란다.

또 '아내에게 가장 사랑받으며 살꺼 같은 아이' 에도 있었고

'나중에 가수가 될꺼 같은 아이'에도 있었다고..

무슨 설문 조사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내에게 사랑받으며 살꺼 같은 아이로

친구들에게 표를 받다니 멋지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려 주었다.

"엄마 제가 지금까지 인생을 헛살진 않았더라구요."

짜슥.. 인생? 몇년이나 살았다고..ㅋㅋ

암튼 돌때 찍은 동영상을 돌려보다보니 돌잡이로 만원짜리를 들고 있었네.

노년에 결이 덕 좀 보고 살게 될려나?ㅎㅎ

 

(결이 돌잔치 동영상에서 캡쳐.아래는 두 형들)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있는데 순간 순간 기쁜일들을 맘껏 즐기라던 말이 생각난다.

기쁜일들이 지나가버리면 추억이 되어 버리거나 퇴색되어 결국 잊혀져 버리게 되니 

기쁜일이 생겼을 당시에 만끽하라던 글이었는데.. 우리는 결이를 그렇게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그녀석 행동이나 생각들이 다 너무 예쁘고 즐거운데 지나가버리면 기억이 안나는 것이다.

나이탓도 있겠지만 신기할정도로 막내의 일이 머릿속에 저장되질 않는다.

 

12월만 되면 결이가 태어나던 날이 떠오른다.

세번째도 아들이어서였던지 가족들의 무덤덤했던 반응..

그게 너무 서운해서.. 아기에게 미안해서.. 병원에서 밤새도록 울었던..ㅜㅜ

그날 밤 이 녀석에게 사랑을 넘치도록 주며 키워야지 다짐을 했었는데..

99년 12월에 태어나서 벌써 16년째 12월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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