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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음악을 듣다가 과거여행~

 

 

7

 

하루종일 우중충한 날씨다.

이 비가 그치면 본격적인 겨울이 찾아 오겠지?

 

이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아무리 약을 먹어도 듣지 않는 사랑의 열병이라니..

샘이한테 제목을 알려 달라했더니 네이버에서 가사를 치면 제목이 나온다나?

그래서 알게 된 노래..  39.5

노래를 들으며 나의 어린 시절 잠깐 스친 인연이 생각나 감성을 자극했다.

어쩌면 그 남학생의 열병이 이런것은 아니었을까..

책꽂이 구석구석을 열심히 학교다닐때 쓰던 수첩을 찾았지만 이사할때 버렸는지

찾을수가 없었다.ㅜㅜ 그 수첩을 들여다 보던 남학생이 생각나서 찾았던건데..

 

시험때만 벼락공부를 하던 난 공부하다 지루하면 수첩에 적어놓은 시를 읽으며 

지루함을 달래곤 했었다

그날도 수첩을 펴 놓고 화장실에 갔다 왔더니

그 남학생이 내 책상에 와서 내가 읽던 시를 열심히 읽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자주 만나던.. 공부를 열심히 하던 아이였다.

같은 학년이라 그냥 인사하며 지내는 친구였는데 내게 관심이 있다는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 이후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남학생과 만남이 자주 이루어 지곤 했다.

어느날은 도서관에 있는데 어떤 친구가 날 찾는다는 것이다.

나가 보았더니 그 애가 친구들을 잔뜩 몰고 와서 나를 지 여친이라고 소개를 했다.

친구들앞에서 용기있게 떠벌렸던건데..

난 너무 당황한 나머지 책을 도서관에 그대로 놔두고 그 자리에서 도망쳐 집에 와 버렸다.

친구들 앞에서 당황스러웠을 그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미안하다.

(난 그 당시 쓸데없이 콧대만 높아서 그 애가 남자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 수모를 겪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아인 늘 내 주변을 맴돌았다.

이 노래가사처럼 어떤 약으로도 고칠수없는 감정이었을지도..

그 패기와 용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괜찮은 아이였는데 그 당시엔 왜 그렇게 부담스러웠는지..ㅜㅜ

 

내가 교문을 들어서면 늘 강의실에서 등교하고 있는 날 내다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날 그날 내가 입은 옷 신발 심지어 머리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내 몸 어딘가엔 항상 빨강색이 들어 있었다면서..

그 당시 빨강을 좋아하던 나는 치마나 구두 머리끈 가방 등에서 늘 빨강으로 포인트를 주곤 했었다.

암튼 그 남학생은 학교에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죄다 따라 다니고 있었던 것..

난 나보다 한살 어리다는 이유로 어린 동생 취급을 하며 그 애의 감정을 무시해 버리곤 했었다.

나보다 더 예쁜 여자 아이들도 많은데 왜 날 좋아하는거냐고 물었더니..

나보다 더 예뻐도 싫고.. 더 못생겨도도 싫고.. 큰 눈을 가진 이 얼굴...

그냥 지금 이모습 이대로의 나.. 가 무조건 좋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집착에 난 부담스럽고 무섭기까지 해서 내 눈에 그 애가 보이기만 하면 도망가기 바빴다..

 

그러다가 우리과에서 그 남학생과 같은과 예비역들과 단체 미팅을 한다면서 자리를 채워야하니

나가달라고 친구들이 부탁을 했고..  그 장소에 나가게 되었다.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그 자리에서 짝을 정한것도 아니었고

서로 관심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중에 연락하여 만나자고 했던거 같다.

그 애랑 친하게 지내던 예비역 형도 그 미팅에 나왔었고..

그렇게 저렇게 그 남학생과 같은과 사람들과 알고 지내게 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수업하고 있는 강의실로 그 애가 팔에 기부스를 하고 붕대를 감고 날 찾아왔다.

왠일이냐고 했더니 자기에게 단 10분만 시간을 내 달라고 했다.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 애의 눈빛이 너무 간절해서 같이 학교안을 걷게 되었다.

강의실에서 미팅에 나왔던 친한 예비역 형이랑 내 문제로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싸우다가 화가나서 그 남학생이 강의실 창문을 주먹으로 쳤고..

119에 실려 학교 옆 병원에 실려 갔었다는 거다.

병원에서 치료하면서 환상이 보였는데..

내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위로 머리를 묶고(앞머리를 항상 위로 묶고 다녔던거 그 당시 유행이었음)

마차를 타고 저를 향해 웃으며 오고 있더라나? ㅋㅋㅋ

그 당시엔 그 애의 집착이 부담스러워 벗어나고만 싶어 상황파악이 안되었는데

그 애의 나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애절했는지 한참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 이후 그 남학생은 군대에 가게 되었고

빈말이었지만  군대갔다 와서 연락하라고 말하며 헤어졌었고..

그 이후 졸업하고 정신없이 직장생활하느라 그 애를 잊어버리고 살았던거 같다.

그런데 결혼하기 바로전 혼수 준비로 바빠 늘 집에 늦게 들어가곤 하던 즈음..

동생이 낮에 어떤 남자한테 몇번 전화가 왔다고 했다.

누구지? 싶어서 "또 내가 없을때 전화오면 니가 나 인척 하며 누구냐고 물어봐.."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 다음 또 전화가 왔던가 보다..

동생이 "전데.. 누구세요?" 했더니 "저 우*예요. 저 기억하세요?" 하더라고..

동생은 너무 당황해서 그 이름을 듣는순간 전화를 탁 끊어버렸다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언니에게 옛날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던 남자가 연락을 했으니 ...ㅎㅎ

그 이후 그 남자애는 연락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렇게 부담스럽던 아이가.. 살아오면서 가끔씩 생각나는건.. 무척 순수한 사랑을 했던 그애에게

마지막까지 상처를 준게 너무 미안해서다.

 

생각해보니 지금 큰애 나이때쯤에 있었던 일이다.

요즘 상진이는 공부하랴 알바하랴 여친과 데이트하랴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바쁘게 살고 있다.

성악하는 둘째는 여전히 소리의 길을 제대로 찾아 가고 있는지 확신이 안선다고 고민을 하고.. 

소리에 대한 고민도 그렇지만 지금 처한 상황이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방황을 하고 있는거 같다.

결이는 중학교에서 마지막 시험을 올인하여 마무리하고 또다른 도전을 위해 준비중이다.

사춘기 감정이 조절이 안될때는  자기는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이니 항상 조심해 달라고..ㅋㅋ

 

행복한 비명이나 실패 고민이나 도전은 그 나이때 할수 있는 특권이고

어쨌든 미래가 희망적이니 지금 내 입장에선 녀석들이 부럽기만 하다.

내게도 그렇게 빛나는 청춘이 있었다는걸 한동안 잊고 살았었네..

지나고보니 내 삶에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해준 그 아이가 참 고맙다.

다시 그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흠!! 설렐꺼 같기도 하고.. ^^;;

 

지금은 예쁜 아내 만나 알콩달콩 자식들 낳고 잘 살고 있을 친구..

그 때는 어려서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고 그 아이의 감정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했던거 같다.

살아가면서 혹시 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정말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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