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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내생일 + 동생의 고민..

내 생일이 얼마 안남아 샘이결이에게 엎드려 절받기로 했다.


 "너희들 엄마 생일선물 뭐 해 줄레?"

결.. "말씀만 하세요. 뭘 사드릴까요?"

  "엄마가 봐둔 예쁜 슬리퍼가 있는데.."

결.. "사드려야죠. 그게 얼마예요.."

 "3만원"

결.. "그래요? 그럼 짝은형이 29900원 내. 내가 100원 낼께."

샘.. "그게 왠 부당한 발언이냐?"

결.. "내 생각엔 형이 알바해서 돈 많으니까 그게 가장 합리적인 처사라고 봐."

 

천원을 내겠다는것도 아니고 백원이라니..ㅎㅎ

결국 2대1로 내서 사기로 결정한거 같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 녀석들은 또 선물의집 같은데서 허접한 목걸이를 사오거나

하트 열쇠고리같은걸 사올지도 몰라서 얼른 선수를 쳤다.

작은것이더라도 쓸모있는 선물을 받고 싶어서..ㅋㅋ

 

한결이가 학원특강때문에 제대로 휴가를 못가서 아빠가 영화를 보여주고

그 녀석이 좋아하는 야구 예매를 해서 보러가게 되었다.

결이가 응원하는 팀은 기아.. 결이아빠는 한화..

두 사람 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에 엄청나게 집착하는 편이다.

마침 두팀이 대전에서 경기가 있어서 학원 수업 끝나는 결이를 기다렸다가 오후 5시에

 KTX를 타고 가서 밤 11시 반 기차로 돌아온다고 했다.

결이가 친구들과 가려던 여행이 무산돼버리자 신랑은 그렇게라도

그 녀석의 스트레스를 풀게 해주고 싶어했다.

그날 경기는 말도 안되는 스코어로 기아가 한화를 이겨버렸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신랑은~ "한화가 졌는데도 전혀 속상하지가 않네.

한결이가 막 소리치며 신나서 응원하는데 아주 기분 좋더라구." 했다.

멀리까지 가서 기아가 지면 그 녀석이 기분이 다운될까봐 걱정했었다며..

근데 결이도 "너무 점수차가 많이나서 제발 한화가 홈런한방 쳐 주길 바랬는데..

그 상황에서 기아가 또 점수를 내더라구요..ㅜㅜ" 하면서

아빠 실망하는 표정을 보는게 무척 신경이 쓰였던 눈치였다.

두 사람 속마음을 들여다본 나는 "이런 훈훈한 부자지간 같으니라구.." 하면서 폭풍감동이..ㅋㅋ

그런데 그 담날부터 TV앞에서 두 사람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서로 상대팀 끌어내리기에 열을 올리면서 서로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당연히

이길꺼라고 팽팽한 기싸움을... ㅋ


지난 토요일에는 언니랑 동생들이 동대문에서 만나자길레 갔더니

내 생일이 며칠 안남았다며 좀 과한 선물을 준비해서 주었다.

그래서 생일턱 내느라 카페에서 맛난걸 먹으며 수다를 떨었는데 막내여동생 아들(수혁이)얘기가 나왔다.

학년이 올라갈때마다 친구를 못사귀고 힘들어해서 고민하는 얘기며 성격이 소심해서

동생이 아들을 과잉으로 신경쓰며 맘고생하는 얘기였다.

군대 보낼일이 걱정이라며 한결이랑 동반입대를 하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중3인데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 생기고 뭐 부족할게 없는 녀석인데 친구문제는 왜 그런건지..

그래서 집에 돌아와 결이에게 수혁이 얘길 하면서

"결아.. 친구를 잘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했더니

"그게 뭐 특별히 방법이 필요할까요? 그냥 여차저차하며 지내다보면 다 친해져요." 했다.

친구 사귀는 일이 너무 어려워서 항상 고민인 수혁이...

친구 만드는 일같은건 일도아닌 한결이...

타고난 성향도 분명 있겠지만 어떤 부분이 문제인건지ㅜㅜ


동생이 직장맘이라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학원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커서인지 동생은 미리 앞서서 챙겨주고 과잉으로 신경쓰며 키웠다.

수혁이가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해야 하는데 소심한 성격이다 보니

엄마가 다 알아서 미리 해결해줬고 수혁이는 지금 남앞에서 자기 감정을 전혀 표현하지 않는 아이가 되어 버렸다.

우리집 녀석들은 평상시 대화할때 자기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편이다.

결이에게 수혁이의 이런면을 얘기 했더니..

"우리엄마 같으면~ "너 바보 멍청이냐? 그 상황에서 왜 니 생각을 똑바로 얘기하지 못하는건데?"

(내가 화내는걸 그대로 흉내내면서..) 하며 엄청 혼냈을텐데.." 했다.ㅋㅋ

맞다. 그랬을거다. 동생과 나의 차이는 그거인지도 모르겠다.

난 밖에서 손해보는 짓을 하고 들어오거나 자기 생각을 똑바로 전달하지 못할때는 정신이 번쩍 들때까지

혼내곤 했다. 동생은 아이들이 상처받을까봐 그저 감싸고 돌기 바쁘고..

그리고 난 녀석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신경쓰지 못했는데

우선 셋이나 되다보니 힘에 부쳤고.. 또 내가 성격상 직접 나서길 꺼려했던 부분도 있다.

글고 더 큰 이유는 세녀석들이 남자이다보니 이담에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일은 되도록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된다고 믿었다.

스스로를 보호할수 있도록 강하게 키워야 나중에 힘든 상황에서도 잘 살아남을꺼 같아서..

어릴때 혼내면서 키워서 맘 한구석에 미안함도 컸는데 결국 녀석들이 잘 자라 주었고

제법 자라서 엄마의 의도를 알고 이해할  나이가 되니 잘 했다는 생각이다.

아들의 친구문제까지 신경쓰고 사는 동생을 보니 속상하기도 하고 도와줄수가 없어서

집에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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