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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시골집에 갔다가..

 

 

지난 수요일 결이가 2박 3일 수련회를 갔다. 관광 버스가 있는 종합운동장 까지 태워다 주고 돌아오면서

이참에 나도 3일동안 집을 벗어나 봐야겠다 생각했다.

늘 네 남자들 신경쓰며 네 남자들의 기분에 따라 내 감정이 좌지우지 된다는게 답답했다.

내 자신에게 집중해보자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시골집에 가게 되었다.

갑자기 집에 간다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그래 오너라.." 하시면서 "혼자?" 했다.

그러고보니 네 남자들 벗어나서 혼자 집에 간 적이 있었던가??

암튼 박씨 남자들한테 확실하게 벗어나서 자유를 만끽해보자 하고 갔는데 맘이 그렇게 편하지 만은 않았다.

위에 두 녀석은 아무생각 없는데 상진아빠가 이런 날 은근 신경쓰고 있었던것..

 

 

노인정에 계시던 두분 내 전화받고 "??"하셨지만 내가 갔을때 왜 혼자 왔냐고 한마디도 묻지 않으셨다.

속으로만 '얘가 상진아빠랑 무슨 일이 있나?' 생각하셨을테지..

사실 요즘 신랑과 트러블도 가끔 있지만 갱년기 우울증 같은게.. 날 자꾸 심란하게 만든다.

아버지는 하루종일 논.. 밭을 돌아다니시며 지내신다. 연세가 많으셔도 농사일을 즐거움으로 사시는 것 같다.

3일동안 엄마가 해 주는 밥먹고 놀고 쉬다 오니 뭔가 안정이 된거 같다.

 

 

동네를 산책하는데 쑥들이 벌써 이렇게 나와 있다.

며칠전까지 매서운 꽃샘추위 였는데 그 추위를 뚫고 땅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나온 새순들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집에가면 늘 가보는 삼형제 바위.. 여기가면 마음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이 곳을 뒤져서 이쁜 조개껍질 소라껍질들을 찾아 보기로..

 

 

사람들이 그렇게 주워가는데도 늘 다시 나타나는 이쁜 것들..

 

 

내 손안에 들어온 아이들~

 

 

엄마랑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신진도에 갔다.

어릴땐 노젓는 배 타고 신진도를 간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안흥을 거치지 않고 길이 잘 뚫려 있다.

어쩌다 한번씩 가보는 바닷가는 정말 아름답다.

어릴적엔 이런 환경을 벗어나 보는게 소원이었는데..ㅎㅎ

 

 

살아가는 환경이 사람들의 먹고 사는 터전이니 갯마을 풍경은 어딜가나 똑같다.

 

 

엄마가 태어나서 시집오기 전까지 살았던 동네를 갔다.

엄마가 어릴적 얘기 할 때마다 어디일까 궁금했는데..

좁은 골목길 비포장도로 한참을 지나갔다. 앞에서 차가 나오면 비켜 설 자리도 없을 정도의 좁은 길로..

대나무 밭 앞에 엄마가 살던 집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다 허물고 밭으로 만들어져 있다.

동네가 참 아늑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어릴때 생각하고 태안 정기시장을 가자고 했다.

그런데 5일장은 없어진지 오래라고 했다.

가 보고 깜짝 놀랐다. 사람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수가..ㅜㅜ

 

 

 

상인들만 시장을 지키고 앉아있고 시장보러오는 사람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내가 어릴땐 이곳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는데..

그 바글바글하던 사람들이 다 고향을 떠나서 지금은 명동거리 같은 대도시를 활보하고 있겠지.

 

 

재래시장에서 엄마 옷을 샀다. 엄마 얼굴이 너무 밉게 나와서 숨기기로..띠용~~!!

한 눈에 들어온 이 옷... 색상이 너무 맘에 들었다. 내가 나이가 들고 있다는 증거 ㅎㅎ

엄마도 이 옷이 맘에 들지만 다른 옷을 더 좋아했는데 그 옷은 엄마 몸 싸이즈와 맞지 않아서

결국 이걸 사게 되었다.

 

 

 

2년전 초암님께 씨를 얻어다가 심었던(위) 도라지..

이번에 가보니 깨끗이 손질되어 이렇게 변신해 있었다.

3년 키운 다음 캐야 하는데 2년만에 캐서 그리 크지 않다지만 딱 먹기 좋을만한 크기다.

솎아 주어야 하는데 그대로 두어서 굵게 자라지 못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더덕 씨앗을 얻어다가 심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복수초..

아버지께서 산에서 캐다 담장에 잔뜩 심어 놓으셨다.

율리아님 블로그에 가끔씩 등장하는 꽃..ㅎㅎ 우리집 담장엔 숱하게 피어있다.

 

이것저것 김치도 담고 차에 한가득 먹을것들을 싣고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아직까지도 엄마아버지는 내게 큰 대들보란 생각..

마음이 힘들때 갈 수 있는 친정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 참 좋구나 느꼈고

친정이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슬플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무뚝뚝한 엄마 성격을 내가 빼다 박았다는 생각도..ㅎㅎ

엄마 아버지는 5십이 넘은 자식들까지도 이렇게 신경을 쓰시며 사시는구나 싶어 죄송했고

세놈들과 싸우며 늘 상처받고 울고 웃고를 반복하며 사는 나..

6명이나 되는 자식들 키우며 얼마나 속을 태우셨을까.. 자식들 키우고 나니 늙고 아픈 몸만 남았고

그몸을 살살 달래며 사시는 부모님이 참 짠하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집에 도착하면 항상 아버지가 잘 도착했나 확인을 하시는데

이번엔 첨으로 엄마가 전화를 해서 "상진아빠는 집에 있니?" 했다.

"왜 상진아빠한테 무슨 할말 있어?" 했더니. "아니 그냥.." 하고 끊으셨다.

아무래도 내가 집에가서 쉬는동안 표정관리가 잘 안됐던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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