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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이야기

올 겨울도 벌써 중간에..

며칠동안 겨울날씨 답지 않게 포근해서 이러다가 봄이 오려나? 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제대로 겨울날씨로 변신..

겨울이 가기전 멋진 설경을 한번 볼 수 있길 기대하며 지내고 있다.

요즘 난 하루에 몇시간씩 팔자에도 없는 태권도학 공부를 한다.

신랑이 써야 하는 논문이 있는데 알바비를 주겠다며 부탁을 하기에..

논문자료를 읽다가 지루하면  헥사곤 모양 이어붙이기를 하기도 하고..

 

 요즘 우리집 두 녀석은 새벽 6시에 일어나 30분정도 자전거를 타고 수영을 하러 간다.

오고가는 시간에 운동도 되고 비용도 착하고(자유수영 한달에 4만원) 1석2조다.

그런데.. 결이는 전날 저녁 수영복은 물론 속에 입을 내복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서

쇼파위에 준비해 놓고 잔다.

샘이는 자기전까지 핸펀에 몰두해 있거나 지 할일 하다가 그냥 자고

아침에 일어나 뭘 찾다 없으면 한참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 놓는다.

어쩜 이렇게 두 녀석은 다른지..ㅎ

엊저녁에 식탁에 앉아서..

"한결이가 네 동생이어도 배울건 배워야 해." 하면서 결이의 장점을 늘어놓으며

밖에 나가기 전엔 무엇이 필요한지 꼭 채크하고 현관거울 앞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살펴보고 철저하게 준비한다음 나가라고 했다.

똑같은 환경에서 세놈을 키웠는데 둘째만 왜케 다른건지..

그 녀석이 성악에 올인하고 다른건 신경 안쓰이도록 미리 다 챙겨주다보니 습관이 된 듯하다.

결국 문제는 나에게 있어 이제와서 일일이 가르치려 하니 쉽지가 않다.

형은 고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자기관리가 철저했다고 말하며 앞으로 자기관리 좀 제대로

해 보라고 했더니 끝까지 아무말 않고 듣다가..

"엄마 말씀은 늘 기.승.전.비교...로 마무리하네요." 했다. ㅎㅎ

 

오늘은 토요일이라 두 녀석이 오후에 수영을 간다며 준비를 하고 나갔다.

빨래를 널다 보니 자전거 두대가 아파트 정문을 쌩~ 빠져 나갔다.

그 모습을 내려다 보다가 몇년 후 내가 이런 모습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트갈 준비를 하다가 두 녀석이 수영하는 모습이 보고싶어 차를 수영장으로 몰았다. 

 

 

 

 

한 라인에서 수영하다 힘들면 수다도 떨면서.. 저렇게 사이좋은 형제도 드물거란 생각이 든다.

큰형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데... 두 녀석은 정말 격없이 지낸다.

샘이가 형 노릇을 하지 않고 착해서.. 그런 형을 편하게 따르는 결이..

이 담에 결혼해서도 이런 우애가 변치 않아야 할텐데..

2층 전망대에서 두 녀석 노는걸 흐뭇하게 내려다보다가 마트로 향했다.

 

요즘 결이는 방학하자마자 고등 선행과정 공부를 하느라 학교다닐때보다 더 바쁘다.

아침 9시부터 4~5시간 영어 죽스(죽음의 스터디)를 하는데 

늘 에너지가 넘치던 녀석이 요즘 아픈데가 자주 생긴다.

갑자기 설사를 하기도 하고.. 허리가 아파서 계속 신경쓰기도 하고..

대학생인 두 형들은 너무 여유있게 살고 있는데 이제 대학입시를 시작하는

막내가 가여워 죽겠다. 힘든 상황에서도 현관을 들어올땐 늘 밝다.

엄마를 부르며 호들갑 떨고 들어오면서..

 

"엄마.. 저 방금 들어오다가 거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왜에?"

"거울속에 있는 제가 너무 잘 생겨서요..

와~ 제 얼굴 뒤로 후광이 비치는거 있죠.."

"헐~"

 

결이의 이런 밝은 기운을 받아 난 덩달아 순간순간 즐겁다.

식탁에서 가족을 즐겁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 신랑의 썰렁한 유머는

가끔 일부러 웃어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이의 유머는 쎈스있고 신선해서 저절로 엔돌핀이 생긴다.

 

 

 

 

며칠전 청소기를 돌리다가 세놈들 책상을 찍었다.ㅎㅎ

결이책상에 놓인 수첩을 보고 "이런이런 기특한 놈.." 했다.

하루하루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한 것에 채크를 하면서...

계획한 것들을 알차게 실천하며 사는 녀석..

 

샘이 책상엔 성가곡집과 지휘자님이 주신 메모가 놓여 있다.

 미사중에 부르는 성가들이 적혀 있는..

글고 흐트러진 악보들..요즘 공부하는 이테리어 교재...

 

큰 녀석은 방학하며 알바와 여친에 올인하며 산다.

책상위엔 크리스마스에 여친에게 받은 편지 한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ㅋ

담주엔 알바를 빼고 일주일동안 혼자 제주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하는데

운전도 서툰 녀석이 렌트를 하겠다고 해서 허락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니 잔소리를 안하기로..

 

이렇게 올 겨울도 하루하루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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