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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이야기

숨막히는 더위다.

푹푹찌는 한여름에 피어난 리톱스 슈도..

낮엔 더워서 피어나기 싫은지 꼭 오후 5~6시쯤에 피었다가 두세시간 있다가 지고 담날 다시

그 시간에 피었다지고를 반복하더니 이제 씨방을 만들고 시들어 버렸다.

어렵게 피어나는 꽃이라 바라보고 있으면 마냥 행복해지는게

애완식물로 키우기에 참 적절한 화초인거 같다.

 

 

 지난주 언니를 만났는데 서울팀(두 동생과 언니)은 주말에 서로 돌아가며 식사를 한다고 했다.

그날도 막내여동생이 한턱 쏜다고 전화를 받더니 가서 약속장소로 간다고 했다.

집에오니 샘이결이 두 녀석이 있길레 핑게김에 애슐리가서 외식하기로 ..

두 녀석과 신나게 포식하며 대화하다가~

"서울 이모들은 주말마다 서로 한턱씩 내며 맛있는거 먹어러 다닌대." 했더니 결이가

"엄마.. 오늘 큰이모 만나서 소외감 느끼셨구나.." 했다.

"뭐.. 그닥?" 했더니... 정색을 하며~

"아니예요. 엄마는 분명 소외감을 느끼셨어요.

인간은 사회적인 본성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그런일이 있을때는 당연히 소외감을 느끼게 되어 있죠.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아주 보편적인 감정이므로 당연한 일이예요.." 했다.

"그래? 보편적인 감정일수도 있는데 엄마는 분명 소외감은 안느꼈어.

목포 이모랑 엄마는 멀리서 사니까 어쩔수 없지." 했더니

그럴리가 없다며 엄마는 분명 그런 감정을 느끼셨을꺼라고 우겼다.ㅎㅎ

항상 유머스럽게 수다떠는 요즘 녀석들.. 멋지다.(글로 적으니 전혀 유머스럽지가 않네.ㅋ)

 

우리집 막내 결이는 늘 학원가기전 급하게 숙제를 한다.

책을 읽거나 컴을 보거나 딴짓을 하다가 숙제양과 시간을 계산해서 학원가기 전까지 

정확히 끝내고 부리나케 달려나가곤 한다.

숙제 좀 미리미리하면 어디 덧나냐고 했더니~

 "엄마 이게 얼마나 스릴 있는데요. 급하면 집중도 더 잘 되고요.

제가 다 알아서 하고 있으니 엄마는 신경 꺼주세요."ㅋ 했다.

방안에 들어갈때마다 얼마나 방이 늘어져 있는지 정신없길레

제발 방좀 정리하고 살으라고 했더니..

"엄마, 우리같은 아이들은 할게 너무 많아서 늘어놓고 살 수 밖에 없어요.

엄마가 치우면 다시 금방 늘어놓잖아요. 뭐하러 치우세요?  앞으로 손님이 올 일이 있을때

큰 소리로 방치우라고  소리쳐 주세요. 그러면 후다닥 신속하게 아주 말끔히 치워 둘께요." 했다.

생활 자체가 완전 긍정 마인드인 결이가 때론 참 부럽다.

 

엊그제는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갔더니 벤치에서 어떤분이 폰으로 동요를 크게 틀어놓고 듣고 계셨다.

한동안 동요에 빠져살았던 난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겨 그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머.. 목소리가 참 예뻐요. 저도 동요에 한동안 빠져 살았어요." 하며 다가갔더니

그분이 대뜸~ "어머.. 혹시 한샘이 어머니 아니세요?" 했다.

"네.. 제가 한샘이 엄마 맞는데 절 아세요?" 했더니

동요계에서 유명했던 한샘이를 잘 안다면서 '푸른하늘동요사랑방'에서 샘이 노래를 들었다는거였다.

초등4학년인 아들선생님한테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말을 들어서 나인걸 직감했다고..

샘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집 아들이 노래를 배웠고 올해는 동요제에 나가 상도 받았다면서

샘이를 마치 연예인 취급하며 신기해 하셔서 오히려 내가 더 신기했다.ㅋㅋ

그렇게 수다를 떨다 또 알게 된 사실이 그집 큰딸이 우리 막내랑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거였다.

"아니 그럼 매일 아침 결이랑 같이 셔틀타는 여자아이가 그집 딸이예요?" ㅎㅎ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재밌는 인연을 만나게 되어 시간가는줄 모르고 한참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가 "앗.. 결이 학원갈 시간인데 저녁 먹여서 보내야하는데.."

헐레벌떡 들어왔더니 결이는 학원갈 준비를 마치고 엄마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늦어서  밥을 안먹고 간다는걸 학원 늦더라도 밥은 먹고 가야한다고 했더니

기분이 상했는지 그냥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길레 미안하다고 사정해서 억지로 밥을 먹여

보내고 선생님께 결이 좀 늦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전에 학원 사무실에 나갈때 사범님들이 군대에 갔다오면 어찌나 여자에게 관심이 많은지..

짝을 찾기위해 온 촉각을 다 여친 찾는데 세우고 있는거 같아 혼자 웃곤 한적이 있다.

학원일은 그냥 의무적으로 할 뿐이고 오직 짝찾기에 올인하는 사범님들 보면서

인간이나 동물이나 그렇게 짝을 찾아 다니는건 타고나는 본성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큰녀석 보면서 때가 됐다보다 싶다.ㅋ 오직 관심은 여자친구다.

하느님은 세상만물이 대를 이어가도록 참 묘하게 만들어 놓으셨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생긴 여친이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냥 그저 그렇다.

그런데 그 녀석 눈에는 최고의 보물을 찾았다는 식이다. 물론 둘만 아는 feel이 있으니

다 이뻐 보이겠지만 눈에 콩깍지가 씌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그런거겠지.

결혼상대자는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했더니 역시 예상했던대로 눈에 콩깍지가 씌인 상태이므로

당연히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이런 즉각적인 반응이 아직 미성숙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동안 이 책을 두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누구나 이 작가처럼 같은 생각을 하며 살지만 글로 나열 할수가 없다는게  차이인거 같다.

살아가면서 지극히 일상적으로 스쳐가는 생각들을 어쩜 이리도 적나라하게 글로 옮겨 적은것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쓰려고 하면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을 다 잊어버리게 된다.

난 좀전에 아이들과 있었던 일도 막상 컴앞에 앉으면 '아까 무슨 일들이 있었지?'하며

기억해 낼수가 없는데..ㅎㅎ

하루종일 자판을 가지고 다니며 스쳐가는 생각들을 그때그때 옮겨적는거 처럼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암튼 작가들은 특별한 감성과 능력을 가진 천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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