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마늘캐기~



올해는 친정에 가서 마늘 캐는 일을 했다.

부모님이 이제 연세가 많으셔서 자식들이 시간 되는대로 가서 도와 드려야 했다.

그동안은 농사일을 하면서 도와달라는 말씀을 안하셨는데 이제 아버지께서 8십이 넘으시니 힘에

부치시는지 올해는 첨으로 마늘 캐는일을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작년까지도 우리가 고추따는 일이나 마늘캐는 일을 도와드리겠다고 내려가면 두분이 다 하시고

우리가 해야 될 조금의 분량만 남겨 놓으셨었다. 그렇게 우리가 와서 고생하는걸 싫어하셨는데

올해부터는 이제 도저히 감당하기가 어려우셨던지 내년부터는 농사일을 많이

내려놓으시겠다고 하셨다. 한해한해 갈수록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걸 실감하시는거 같다.

농사일은 두분이 평생 하신일이고 그걸 삶에 즐거움으로 알고 사셨는데 이제 갈수록 힘드시다.



6월 2일에 내려 갔더니 목포사는 동생 부부가 와서 미리 캐고 갔는데 이렇게나 많이 캐서 놀랐다.

새벽 6시쯤 부터 오후 7시까지 캤다고 했다. 다음날 전화를 했더니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ㅋ

이런 노동을 안해보다가 갑자기 많은일을 했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알만하다.

동생네가 얼마나 많은 양을 한건지 우리가 하루 일을 해보고 알게 되었다.

우리는 언니와 서울 동생 부부  그리고 인력(중국사람) 둘을 사서 하루종일 캤는데도 그리 많은 양을 캐지 못했다.

인력사무소에서 중국인 두명을 사서 일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마늘을 3분에 1은 잘라 놨다며 아버지가

속상해 하셔서 너무 황당했다. 사람 쓰는일도 신중해야 한다는걸 이번에 알게 됐다.




모두 작은 '창'으로 앉아서 마늘을 캤는데 나는 힘이 부족해서 삽으로 한개씩 캐다보니 더 진도가 안나갔다.

더구나 새참 두번과 점심을 차로 계속 이동하면서 나르다보니(밭이 집에서 걸어서 10분거리) 더 더디고

중간에 마트 심부름도 하고 이것저것 엄마를 돕다보니 더 조금밖에 일을 하지 못했다.

뛔얗볕에서 일을 하는데 땀을 비오듯 흘렸지만 평생 이렇게 일하며 사신 엄마아버지 생각을 하니 쉴수가 없었다.



2일에 남편은 학원에 행사가 있어 가지 못했는데 마침 현충일 쉰다며 간다고 나서기에 또 따라갔다.

마늘을 얼마나 많이 심으셨는지ㅜㅜ 큰아들도 같이 가자고 했더니 데이트를 해야 한다며 못갈꺼 같다고 하기에

기대도 안했는데 신경이 쓰였던지 여친을 데리고 와서 같이 도와 주었다.

그리고는 다음날 모두들 몸살이 나서 고생을 했다.

결국 며칠에 걸쳐 우리가 마지막으로 간날 마늘을 캐는 일은 끝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다음에도 엄청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마늘에 달라 붙은 흙을 일일이 털어서 가위로 줄기를 잘라야 하고

그 다음엔 크기별로 구분을 해서 100개씩 빨간망에 넣어야 한다. 휴!!

아들이랑 여친을 오후에 올려 보내고 남편이랑 난 털어서 가위로 자르는 작업을 오후 늦게까지 해야했다.

그러고 올라와서 이틀을 앓는 소리를 냈는데 엄마아버지는 그 이후도 털고 자르는 작업을 계속 하셨다고 했다.

오늘 전화를 했더니 내일부터는 상중하로 구분하는 작업과 망에 넣는 작업을 한다고..

결국 우리는 수요일 새벽에 투표를 하고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먼 밭에 있는 마늘을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밭에 있는 그 많은 마늘을 다 창고로 옮기려면

두분이 너무 힘드실꺼 같아서 쉬는날 집에서 편히 쉴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마늘캐는 일을 도와 드리면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철없이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두분은 평생 이렇게 힘든 농사일 하시면서 우리들을 다 교육시키셨다.

우리가 학교에 다닐때도 이런 일을 시키지 않으셨는데 언젠가 왜 우리에게 일을 안시켰냐고

물었더니 우리는 시집가서 이런 농사일을 안하고 살게 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하셨다.

두분의 바램대로 우리는 모두 농사일을 하지 않고 살고 있다.

엄마 아버지가 평생 이렇게 힘들게 일하며 우리 자식들을 키우셨는데 우리는 십분에 일도 알지 못하고

살고 있다. 5십이 넘어 두분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내 아이들도 철이 들때까지

부모가 저희를 얼마나 정성으로 키우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할거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동안 농사일은 두분이 살아가는 이유셨는데 그걸 내려 놓으면 갑자기 더 늙어 버리실것도 같고

요즘 아버지께서 가끔 접촉 사고를 내시곤 하셔서 운전을 그만 하시는게 어떠냐고 말씀 드렸는데..

그것도 자식들 편하자고 한 말인거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 운전까지 내려놓으면 정말 아버지께서

삶에 의욕을 잃으실까 걱정이 된다. 사람이 나이들어가는건 당연한 이치인데 내 부모이기에

더 슬프고 맘이 아프다.


--------------------------------------------------------------------------------------------



집에 와서 이틀을 앓는 소리내며 지내다가 양재수업을 가서 만든 린넨치마다.

너무 크게 만들어서 맘에 안들지만 오버핏으로 가끔 편하게 입어 주기로..ㅎ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로하신 부모님~  (0) 2018.10.14
폰속에 담긴 일상~  (0) 2018.08.26
방황~  (0) 2018.05.23
소확행  (0) 2018.05.11
엄마에서 벗어나기..  (0) 2018.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