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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Happy New Year !!

어쩌다보니 벌써 2023년의 마지막 날이네요.

일몰을 보러 가려고 남편과 계획했다가 밖에 비가 살짝씩 내려서 포기를 하고..

뭔가 올해가 가기전 밀린 숙제를 해야 할거 같은 기분이 들어 사진 몇장을 정리해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올 일년을 잘 마무리 하셨는지 그리고 오는해 계획은 세우셨는지 블친님들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고..

내년에는 소망하시는 일들 모두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글 올리는일을 게을리했던 저는 지난 일년 여러가지 일들로 바쁘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보는 카페에는 여전히 저의 일상을 올리고 있었구요. 블로그는 좀 게을리했던거 같아요.

한동안 블로그를 열심히 했었는데 어느순간 내 일상을 공개하는일이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다른 블친님들 소식은 가끔씩 들러 엿보며 지냈습니다.

 

 

올해에 가장 큰 성과는 '남파랑길 완주' 였습니다. 지난 11월 18~19일을 마지막으로 해남 땅끝마을에 도착.

계획했던 일을 이루었다는 기쁨 보다는 뭔가 허무함과 아쉬움이 크게 다가왔던거 같습니다.

한달에 한두번씩 내려가 계획한 코스를 걷고 올라오는 일이 저에게는 큰 목표였고 성취감이었는데

그 일을 끝내게 되고 이어서 서해랑길을 걷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더이상 목표가 없어졌다는게 슬프기도 하고

암튼 2년 반동안 목표했던 일이 끝난 이후 복잡한 감정으로 눈물이 날거 같았거든요.

마지막으로 내려갔던 남파랑길 88코스 상왕산에서 우리는 이런 선물같은 설경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눈꽃 산행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기대도 안했던 일이 펼쳐져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모릅니다.

사실 산 아래엔 눈이 없었고 바람이 불고 진눈깨비가 내려 마음이 심란한 상태로 시작한 산행이었습니다.

오를수록 설경이 펼쳐지면서 아이젠도 준비 못한 우리는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올라 갔습니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우리가 첫 발자국을 남기며 걷게 됐다고 신나서 올랐는데 나중에 내려와서 보니

다른 등산객들은 위험하여 아침에 모두 다른 코스로 바꾸어 산행을 했다고 했습니다.

눈 산행에 대해 무지하고 무모한 우리는 아이젠도 신지않고 이 산을 올랐다는 ㅎㅎ

하지만 아름다운 설경에 힘든줄도 모르고 정상까지 올라 갔고 좋은 추억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눈 터널을 걷게 되다니 환호성을 지르며 올랐지만 나중에는 길이 없어져서 헤매기도 하고 길이 보이질 않아

낭떠러지 옆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데 우리가 얼마나 무모한 산행을

한것인지 웃음이 나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을꺼 같습니다.

 

 

상왕봉에 올랐을때 바람이 얼마나 쌩쌩 불던지 그 와중에 보온병에 가져갔던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어가고 있습니다.

눈꽃 풍경에 홀려 한발한발 오르긴 했는데 내리막에서는 그야말로 엉덩방아를 몇번이나 찧으며 내려가야 했는지

나중에 집에와서 넘어진 부분이 서퍼렇게 멍이 들어 있더군요.ㅋ

사실 상왕산이 그리 험한 산은 아니었는데 눈으로 덮혀 있었고 사람이 지나지 않은 길이라 길을 만들며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리막이 두배로 힘이 들었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산을 다 내려와서 뒤를 다시 돌아보며 '정말 신나고 즐거운 산행이었어.'  했습니다.

 

 

앞에서 몇번이나 넘어지며 내게 길을 만들어 주고 있는 남편.. 나를 위해 해파랑길 남파랑길 함께 걸어준 

남편이 정말 고마웠는데 제대로 고맙다는 말을 못했네요.ㅎ

이제 새벽부터 일어나 아랫지방으로 내려가는 일을 그만하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저도 당분간

서해랑길은 쉬기로 했답니다. 남편이 일선에서 물러나 시간이 많아지면 그때 다시 도전해 보기로 하고

둘레길 걷기는 잠시 접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여기는 미황사 입니다.

남파랑길 마지막 90코스의 시작점이고 이 코스는 달마산 코스중에서 연포산 능선을 따라 땅끝마을까지 가게 됩니다.

모든일은 꾸준히 하다보면 끝은 있고 그 끝은 시간이 해결을 해 준다고 옆에서 남편이 명언같은 말을 했는데

꾸역꾸역 가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코스를 걷고 있더군요. 여름과 겨울은 되도록 걷지 않았고 약속없는 주말이면

우리는 항상 남파랑길을 걸으러 내려가곤 했습니다.

처음 시작할때 1,470km라는 길이가 어느정도인지 감도 안잡혔고 그냥 걸으러 내려갈때마다

기대와 설렘이 좋았고 힘들게 걷고 올라올때는 성취감에 행복했고 그래서 즐거운 남파랑길이었습니다.

 

 

연포산 맨 꼭대기에서 본 나무숲입니다. 어쩜 이렇게도 빽빽할까.. 

산 꼭대기에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이는 빽빽한 나무 숲이 너무  신기해서 찍었습니다.

위로만 쭉쭉 뻗는 나무들이라니.. 나뭇가지들이 옆으로 자라는게 아니라 모두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꼭대기라 바람도 많이 불텐데..

 

 

산 능선을 걷다가 왼쪽을 보며 찍은 풍경인데 완도나 해남쪽은 전복 양식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이 바다를 보며 땅끝마을이 거의 다 왔나보다 했는데 이후로도 한참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답니다.

이쪽은 바다에 올망졸망 예쁜 섬들이 가득 있는데 다 이름이 있습니다. 

 

 

이 다리를 지나며 이젠 정말 얼마 안남았겠지 하며 지났는데 헐~ 또 산으로 올라가더라는..ㅜㅜ

마지막 코스가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아주 진을 다 빼고 땅끝을 보여 주더군요.

빨리 땅끝탑을 보고 싶은 심리때문에 더 지치고 힘들었던거 같습니다.

 

웃고 있지만 체력이 바닥난 상태..ㅋ

여기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가 주저 앉아 버렸답니다. 당이 떨어졌는지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리고

기운이 쫙 빠져 버렸지요. 시원섭섭한 감정이었고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행복했던 추억들이

떠올라 남편이랑 한참을 수다 떨다가 땅끝마을 주차장으로 가서 곤돌라를 타고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굽이굽이 오르락 내리락 했던 90코스의 산 봉우리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화살표 부분이 바로 위 사진의 다리 지점입니다. 거기서 거의 다왔다고 남편이랑 하이파이브를 하며 좋아했는데

그 이후로 산을 두개나 더 넘어 지금 전망대에 서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땅끝마을~ 

아름다운 해안선을 볼때마다 작은 나라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한국이란 나라가 참 좋습니다.

새로운 곳을 갈때마다 참 신비롭고 놀라운 자연에 감탄을 하곤 했습니다.

 

남파랑길!!~ 

계절마다  아름답게 다가왔던 모든 풍경들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앞다투어 피어나던 꽃들과 주렁주렁 열렸던 각종 과일들 그리고 철썩 거리던 파도들~

예쁜 바닷가 마을을 지날때마다 남편이 '바위섬' 노래를 폰으로 들려주곤 했습니다.

에너지가 완전 방전 될때 쯤이면 내가 좋아하는 김동률 노래를 들려주어 힘듦을 잊게 해 주었고~

생각해보니 이 남자가 은근 낭만적이었다 싶네요.ㅋㅋ

이제 남파랑길에서 가졌던 기대감과 설레임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고민중에 있답니다.

 

2023년을 돌아보니 참 감사한 한해였습니다. 가족들이 아픈데 없이 건강하게 지낸것이

우선 감사하고 세 녀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어서 무엇보다 감사하네요.

오늘 밤 제야의 종이 울리는 시간엔 각자의 위치에서 새해 인사를 할텐데

단톡으로 영상 통화를 해 봐야겠습니다.

이제 몇시간 후면 새로운 년도로 접어들겠군요.

모두들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가정에 복이 넘치게 굴러 들어오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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