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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이불만들기~

정말 오랫만에 블로그 문을 열어 본다.

그간 계절이 두번은 지나갔나 보다. 오늘 아침엔 거실에 앉아 있는데 발이 시려웠다.

아무래도 가을은 보여주지 않고 겨울로 넘어가려나 보다.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것도 귀찮아 아침일찍 나가는 남편에게 쓰레기 좀 버려 달라고 했더니

"스타일 구겨지게 이런걸 남편에게 들고 나가라고 시키냐?" 고 투덜대면서도 들고 나갔다.ㅋ

 

 

지난 주말에는 친구들이 내가 사는 동네에서 모였다.

백운호수 주변에는 맛집들이 많아서 뭘 먹을까 늘 결정하는데 애를 먹곤한다.

이번에는 Ola에 가서 이렇게 푸짐한 것들을 먹었다. 오랫만에 친구들과의 수다도 즐거웠지만

여기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직원들의 친절에 대접 받는 느낌도 들고 맛도 좋아서 자주가는 단골집이다.

 

요즘 우리나이 또래의 수다는 주로 자녀들 결혼과 손주들 얘기다.

손주 자랑을 얼마나 하는지 자식보다 더 이쁘다며 열을 올리는데 난 아직 실감이 안난다.

아직은 내 아이들이 좋다. 손녀가 태어나면 나도 친구들처럼 변하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이제 곧 할머니가 되는 나..ㅎ

손녀를 위해 무슨 의미있는 선물을 할까 고민하다가 나의 재능을 발휘해 보기로 했다.

약 2주동안 이불만들기에 빠져 살았다. 오랫만에 하는 퀼트이고 수놓는 작업이 초집중이 필요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다. 그런데 엊그제 머리를 감다보니 머리가 잔뜩 빠져서 깜짝 놀랐다.

입안에 물집도 잡히고..ㅜㅜ 첫 손주니까 했지 두번다시 못하겠단 생각을 했다.

 

 

수 놓는데만 일주일이 걸렸고 이어붙이는 작업도 한참 걸렸다. 일일이 퀼팅을 하여 고정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며칠전에는 큰애가 아빠한테~

"아빠 저는 생각이 아직 어려서 아빠 될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걱정이예요." 하더라나?

그래서 남편이~

"첨부터 준비된 아빠는 없어. 아빠도 너희들 키우면서 어른이 되어갔어.

애기를 키우면서 부모도 똑같이 성장하는거야." 라고 얘기해 줬다고.

정답을 말해준거 같다. 

나도 그 녀석이 어른스럽지 않아 걱정이지만 남편말대로 아이와 같이 성장해 나갈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첫애 키울때 참 철없는 엄마였다.

 

 

마지막으로 바이어스 처리를 하는데도 꼬박 하루가 걸리더라.

안감은 애기 이불이니까 3중 가제천을 사용해서 부드럽게 만들었다.

아기침대를 덮을 정도 크기여서 내 몸을 덮고 퀼트를 해야했다.

 

 

손녀와 어울릴만한 빨강머리앤을 소재로 했다.

도안을 봤을때는 별로여서 기대를 안했는데 완성하고 보니 맘에 드네.

옆에서 남편이 최고의 선물이 되겠다고 더 호들갑이다.

선물포장도 이쁘게 해서 가져다 줘야겠다.

 

 

2주동안 학원 나가는 시간 빼고는 거의 이걸 붙잡고 살았는데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오랫만에 바느질을 하면서 재밌기도 했지만 역시 이제는 힘에 부친다.

집안도 엉망으로 해 놓고 퀼트에 빠져 있으니 남편이 궁시렁대며 이방저방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다.

할머니의 이런 정성을 태어날 손녀는 전혀 모르겠지만 상관없다.

손녀가 생기면 해보고 싶은 일이었고 만들면서 성취감을 느낀걸로 만족한다.

태어날 손녀의 취향과 상관없이 내 스타일의 이불로 완성이 된 셈이다.

 

 

요즘은 아기이불이 두꺼우면 질식할 위험이 있어 이불을 준비하지 않는 추세라고 한다.

그래서 좀 비싸긴 하지만 얇게 압착된 목화솜을 넣고, 3중 가제천을 넣어 얇고 부드럽게 만들어 완성했다.

 

지난번에 친구들과 수다중에~

" 이제 내 인생에 마지막 호칭 '할머니'로 불리게 되었네." 했더니

"무슨 소리야. 아직 한개가 더 남았어." 했다.

"그래? 남은게 뭔데?"

"증조 할머니.."

아~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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