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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 이야기

핸펀에 집착하는 샘이 때문에 있었던 일~

오늘 석가탄신일이라 아침 늦게 일어나 외출 준비를 하던 상진이가 한샘이방에 들어가더니

"넌 어떻게 내가 볼때마다 핸펀을 하고 있냐?" 하면서

샘이녀석을 나무라고 있었다.

"너 때문에 한결이는 학원도 제대로 못 다니고 있잖아.

넌 재수 할 생각하면 진짜 나쁜 놈이야. 재수하려면 니가 다 벌면서 해.

지금 우리집 상황 제대로 알기나 해?"

엄마아빠보다 형을 무서워 하는 한샘이는 찍 소리도 못하고 듣고만 있다가..

"알았어." 하고는 핸펀을 안방에다 갖다 놓고 갔다.

상진이는 고1때 핸펀에 집착하길레 내가 화가나서 던져서 깨트려 버렸다.

그때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미안하다.)

그 이후로 수능볼때까지 핸펀없이 지냈기 때문인지 지금도 핸펀에 집착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 샘이는 학교 특성상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되겠기에 작년여름에 사 줬더니

거의 매일 친구들과 그룹 채팅을 하며 많은 시간을 핸펀과 함께 보낸다.

아무리 잔소리해도 소용없고 나도 그 문제 때문에 샘이랑 많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한샘이의 행동을 보면서 재밌는걸 발견하고 웃었다.ㅋ

상진이가 고3때 밤에 공부하다 지루하면 한결이방으로 와서 엄마몰래 핸펀을 들고가 게임을 했던 모양이다.

그게 자꾸 반복되자 한샘이가 한결이에게~

"핸펀 숨기고 형이 핸펀 가지러 오면 아빠방에 갖다 놨다고 해." 했다는거다.

형이 공부해야 할 시간에 핸펀을 가져가 게임을 하는게 한샘이가 보기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가 보다.

그리고 한결이가 공부하다가 핸펀으로 게임을 하고 있으면 한샘이 나에게 살짝 와서 귓속말로..

"엄마, 한결이 지금 폰으로 게임하고 있어요." 하고 이르고 간다.

나중에는 결이 폰을 가져오더니 네이트 비번 거는걸 가르쳐 주면서 비번을 걸으라고 했다..

그 이후로 결이는 폰으로 게임하는걸 하지 못한다.

그렇게 형이랑 동생이 핸폰으로 시간보내는걸 걱정했던 녀석이..

본인이 핸펀에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데 스스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거다.

 

상진이가 나가고 한샘이에게...

"엄마가 얘길할때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 버리더니 형이 말하니까 정신이 드는거야?" 했다.

그리고 핸펀에 집착하는 문제는 누구의 잔소리도 필요하지 않으며 너 스스로

해결할 문제라고 했더니 앞으로 노력해 보겠단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있는데 결이가 함수문제가 어렵다며 가지고 나왔다..

결이랑 대화를 하면서 어제 오후 저녁미사에 가서 신부님께 들은 이야기를 했다.

"어제 신부님 설교말씀이 엄마는 너무 마음에 와 닿았어.." 하고 말을 꺼냈는데

갑자기 내가 울컥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ㅜㅜ

한결이는 "에~~ 엄마 운다. 히히.." 하면서 놀리고~~

신부님이 어렸을때 집으로 석간신문을 배달하는 형이 있었댄다.

신문을 그만 보고 싶어서 그만 넣으라고 써 붙여도 계속해서 넣고 가길레..

신문배달부와 마주 치려고 신부님이 옥상에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마침 그 형이 교복을 입고 옆구리에 신문을 끼고 오길레 얼른 엄마에게 달려가서

지금 신문배달부가 오고 있으니 얼른 나가서 혼내주라고 하고 신부님은

멀리서 엄마가 호되게 꾸중하길 기다리고 있었댄다.

그런데 신부님 어머니께서는 그 학생을 데리고 한참동안 얘기하시더니 그냥 보내더란다.

그래서 신부님은 왜 그 사람을 혼내지도 않고 신문을 끊지 않았냐고 물었다고..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너는 저 형이 열심히 사는 것을 본받아야 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공부할 처지가 못되는데 새벽엔 우유배달을 하고 수업끝나면

신문배달을 하면서 힘들게 공부를 하는 고학생이란다." 하셨다는거다..

내가 감동을 했던건 그 다음 말씀이셨다..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저는 그 때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엄마의 가르침이 큰 깨달음으로 신부님 가슴속에 새겨진 것이었다.

 

신부님의 성품을 보면 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올 정도로 반듯하고 훌륭한 분이신데

바로 그런 어머님의 교육이 지금의 신부님을 만드셨던 거다.

신부님이 말씀하신 그 내용 한가지만으로도 어떻게 아들 교육을 시키셨을지

보지 않아도 다 느껴져서 큰 감동으로 내게 전해져 왔었다.

나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헤아리는 교육을 몸소 실천하며 보여주신 거였다.

 

나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은데...

이 녀석들을 바르게 키우게 하기 위하여 노력한 일들이 세녀석들 머리속에

깊이 새겨져야 할텐데.. 내가 많이 부족한 엄마이기에 감정이 앞서서 혼내기부터 하고..ㅜㅜ

과연 이 녀석들이 커서... 엄마 얘기를 기억할 수 있는 일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신부님 설교 말씀으로 감동받은 이야기를 하면서 너희들은 엄마가

앞으로 인생을 위해서 잔소리를 하면 말대꾸나 하고 새겨 듣지도 않으니 걱정이라고 하면서

엄마가 하신 말씀을 가슴깊이 새겨들은 신부님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로

살고 계시지 않냐고 했더니...

그 얘기를 듣고 있던 한샘이가 방에서 나오더니~

"엄마.. 저는 엄마가 말씀하실때 말대꾸는 했지만 한번도 말을 안들은 적은 없어요.

항상 엄마말씀대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했다.

"그럼.. 한샘이가 겉으론 그래도 착한 속마음을 엄마가 다 알고 있지..

엊그제도 그렇게 행동했지만 카톡 대문에 맞춤법 고쳐 놓은거 엄마가 다 봤어.."ㅋㅋ

하면서 속으로 죄송해 하는 마음이 보여 마구 칭찬을 해 주었다.

저희들을 바르게 키우고 싶어하는 엄마의 마음이 전달되어야 할텐데..

 

이틀동안 아빠랑 여행을 하고 돌아온 상진이가 별 표현은 안하지만

행동이나 생각이 달라져 보였다.

상진아빠에게 이틀동안 상진이랑 뭐했냐고 살짝 물어 봤더니..

2박3일동안 아주 많은 대화를 했단다.

우리 집안의 현재 상황에 대해 죄다 알려줬고..

앞으로 장남으로서 두 동생을 어떻게 건사해야 할지...

작은키에 대해 절대로 컴플렉스를 갖고 살지 말고 자신있게 살아가라고..

앞으로 자신을 잘 가꿔 나가는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조목조목 말 잘하는 상진아빠가 어떻게 했을지 안봐도 훤하다.

상진이가 그렇게 아빠랑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온 탓인지..

오늘따라 한샘이의 행동이 철없어 보여 거슬렸던거 같다.

 

사춘기때 엄마를 울릴 정도로 힘들게 했던 녀석..

시간이 가면서 제자리로 돌아오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

그런 상진이를 보면서 한샘한결이는 그리 걱정이 안된다..

이 시기가 지나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므로..